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17. (화)

관세

12억 밀수입 도운 관세사…결과는 '정직 3개월'

밀수총책 해외도피·범행 부인으로 징계시효 임박…솜방망이 징계

김주영 의원 "징계시효 현실화로 실효성 강화해야"

 

관세국경을 수호해야 할 현직 관세사가 오히려 밀수입을 도운 것도 모자라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관세사는 인천지역 某관세법인 소속으로, 총 81회에 걸쳐 중국산 의류·전자담배 등 12억원에 달하는 물품 밀수입을 도와준 혐의를 받아 업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밀수총책은 이미 중국으로 도피한 상태다.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7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 소재 관세법인 소속 관세사 김씨는 밀수총책 오모씨의 지시를 받아 가짜 수입신고서를 작성해 주면서 2년간 총 81회에 걸쳐 중국산 의류, 전자담배 등 8만3천268점(시가 12억4천700만원 상당)의 밀수입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20년8월13일 인천세관에 밀수입 공범 피의자로 입건된 후 인천지방검찰청에 송치됐으며, 인천세관장은 그해 9월 김씨의 징계를 요청했다.

 

사건 고발장의 범죄사실과 인천세관 피의자 신문조서 및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사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밀수총책 오씨가 수입한 물품이 신고한 수량보다 더 많은 수량이 반입되거나 다른 물품이 반입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씨가 지시한 품명, 수량과 금액대로 송품장을 작성하고 수입신고를 진행했다.

 

관세사 김씨는 밀수총책 오씨의 범행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천세관 및 인천지검 조사과정에서 줄곧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은 현재 국외로 도피한 오씨를 기소중지했으며, 오씨의 진술이 있어야만 관세사 김 씨의 유무죄를 따질 수 있다는 이유로 관세사 김씨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해둔 상태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인천세관장은 2020년 9월 관세사 김씨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으며, 관세청은 2020년 8월 관세사법 위반으로 입건된 김씨에 대해 관세사법 제27조(징계)에 따라 올해 7월 업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집행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사의 징계시효가 3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서둘러 징계처분에 나섰다는 해명이다.

 

김씨의 범행부인과 오씨의 해외 도피로 인해 조사기간은 길어진 데 비해 징계시효는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관세청은 총 81건의 밀수행위를 한개의 행위로 묶어 최종 행위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3년이 지난 건에 대해서도 징계가 가능한지에 대해 법률자문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이 이 사건으로 법률자문을 받았던 올해 6월 기준으로 관세사 김씨의 ‘범죄일람표상 범행일(수입신고수리일) 기준 신고건수’에 따르면, 총 81건 중 72건은 2018년4월6일부터 2019년6월7일 사이에 일어나는 등 3년의 시효가 경과했으며, 나머니 9건만이 2019년6월11일부터 2019년8월5일 사이에 일어나는 등 아직 시효가 경과하지 않았다.

 

관세청은 이에 징계시효의 기산점을 81건을 통으로 봐서 최후 범행을 기산점으로 봐야할지, 개별 건을 따로 봐서 9건만 징계해야 할지 자문을 요청했다.

 

관세청은 “징계시효의 연장, 정지, 또는 중단에 관한 규정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 6월 관세사의 징계시효 기산점에 대해 법률자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문 결과는 최종행위를 기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었고, 관세청은 최종행위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맞춰 징계를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이에 대해 “검찰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처벌로 징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의자 보호를 위해 검찰조사를 최대한 기다리다가 징계를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사와 재판에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3년의 징계시효가 과도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효에 맞춰 급하게 징계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조치가 가벼울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허가받지 않은 기기를 설치‧교체하는 등 원전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과실을 저질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320억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시효 3년이 지나 한명도 징계를 받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김주영 의원은 “범행사실이 밝혀지는 데 걸리는 기간과 사건 조사·재판 기간을 고려하면 징계시효 3년은 사실상 징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공무원의 성비위 징계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는데, 징계시효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징계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