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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5. (수)


“네. ○○세무서 세원관리2과장 ○○○입니다.”
'70년 국세청에 입사해 올해로 공직생활 31년, 이달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K세무서 K사무관.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의 경우,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달 정도는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갖는다.

실제로 젊음을 공직에서 모두 보낸 인생을 돌이켜 볼 때 이런 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이고 이제 조직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표표히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또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사무관은 정년퇴임 마지막 순간까지 근무하면서 국세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정년퇴직까지 근무일자로 보름정도 남았지만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서 매일 구로동까지 출근, 부하직원들의 업무를 끝까지 챙기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는 `세무사 개업준비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고 물어보는가 하면 `퇴직한 뒤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해 둬!'라는 충고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K과장의 마음속에는 `국세청 입사후 초임근무지인 강원도 원주세무서에서 근무했던 초심으로 마지막 근무지인 ○○세무서에서 근무하고 국세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주위에서는 마지막 근무지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함께 자신이 조직을 떠난 후 혹여 상급기관 감사시 업무에 대한 지적사항이 없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 그가 소속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에서는 “사무관이 정년퇴임까지 근무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며 여간해서는 벌써 명예퇴직을 했어도 했을 것”이라며 “정말로 국세청을 아끼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K사무관은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출근하는 것에 대해 “명예퇴직은 자기가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먼저 명예롭게 퇴직하는 것이지만, 정년퇴직은 끝까지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이라고 자신의 공직관을 피력했다.

K사무관의 소신은 가톨릭 기도문 영광송 중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처럼 가히 `신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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