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분석 결과 별다른 혐의가 없어 간편조사를 하기로 정해 놓고선 실제 조사에 들어가서는 조사관서장의 승인없이 조사범위를 확대하고 심지어 자료제출을 수차례 독촉한 ‘세무조사권 남용’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28일 납세자 권리보호 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송파세무서 조사과 A조사관은 2015사업연도 정기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B업체가 사전분석 과정에서 별다른 혐의사항이 없자 과장과 서장의 결재를 받아 간편조사를 실시했다.
세무조사는 2017년 6월26일부터 7월11일까지 16일간 진행됐는데, A조사관은 6월말경 누적자료로 관리하던 탈세제보를 이메일로 받아 ‘최근 3~4년간 주변 지인의 이름을 도용해 외주가공비를 가공계상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후 2015사업연도 외주가공비 가공계상 혐의를 본격 조사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015사업연도 외주가공비 조사 결과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는 데도 조사대상이 아닌 2011~2014사업연도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했다.
더구나 조사범위를 확대하면서 미리 조사관서장의 승인을 받거나 조사범위 확대에 대한 사유나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하지도 않았다.
조사범위 확대와 관련한 절차를 모조리 무시한 것이다.
심지어 A조사관은 2011~2014사업연도에 실제 외주가공을 수행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상세자료를 작성해 제출할 것을 문서가 아닌 유선전화로 해당업체 직원에게 요구하고, 수차례 자료 제출을 독촉하기까지 했다.
결국 A조사관은 자신의 뜻대로 2017년 7월 2011~2014사업연도에 외주가공비 6억178만원을 가공계상했다는 사실확인서를 납세자로부터 제출받아 소득세 3억7천700여만원을 부과했다.
감사원은 조사대상이 아닌 다른 과세기간의 구체적인 세금탈루 증거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는 데도 구체성이 없어 누적자료로 관리하던 탈세제보만을 확인한 후 다른 과세기간의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범위를 임의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임의로 확대하면서 미리 조사관서장의 승인을 받거나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하지도 않아 세무조사권을 남용했다고 적시했다.
감사원은 조사과 과장 역시 관리자로서 당초 조사범위가 아닌 다른 과세기간으로 확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는지, 조사범위 확대에 필요한 절차를 거쳤는지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A조사관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징계처분을 하고, 부당하게 조사범위를 확대해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관련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주의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