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검역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2월 임시국회 개회에 합의함에 따라 세무행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세무대리업무를 변호사에게 허용(교육이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헌재는 지난해 연말까지 보완입법을 주문했는데 국회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개정안은 현재 기재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까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자 세무대리계에서는 대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세무사들의 등록업무가 스톱됐다. 등록을 하지 못하면 세금신고 등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예비세무사들의 경우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 실무교육까지 이수해 이제 등록만 하면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지난 연말 국회가 법안을 처리하지 않아 등록규정이 실효됨에 따라 한국세무사회의 등록관련 업무가 올스톱된 것이다.
법안 처리를 예상하고 연말정산·부가세·법인세 등의 세금신고를 미리 준비해 온 예비세무사들에게는 청천벽력이다. 문제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세무사법 개정안의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을 통한 세무사 등록업무도 스톱 상태로, 이에 따라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변호사들은 세무사등록신청서를 관할 지방국세청에 접수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등록관련 규정 실효에 따라 등록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 변협 측은 변호사들이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등 행정절차를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또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3월 법인세 신고,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할 수 없게 돼 납세자들이 가산세를 물게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측에 따르면,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해야 하는 세무대리인의 법적 지위가 없는 상태가 되고, 이렇게 되면 법인세·종소세 신고때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해야 하는 납세자들은 조정계산서를 첨부하지 못해 무신고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무사회 측은 가산세 규모를 약 14조원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헌재가 정한 개선입법 시한이 지난 연말로 경과한 이후 ‘세무사 등록제도의 효력이 없어졌다’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는 세무사 등록 없이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다’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는 현행과 동일하게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없다’ ‘기존 등록 세무사들은 유효한가’ ‘등록 취소된 세무사는 업무 수행이 가능한가’ 등 더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기재부 역시 법안심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뿐 이같은 혼란에 대해 “명확하게 하나로 해석이 안 되고 경우의 수가 있어 현재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국회에서 제때 세무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아 세무사들의 등록도, 변호사들의 세무사 등록도 막혀 버려 1차적으로 세무사·변호사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고 세정가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세무사 등록 규정 실효로 납세자들은 세무대리인의 공식적인 세무대리서비스를 받는데 지장을 받게 되고, 조정계산서를 첨부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납세자들은 무신고가산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실 신고납부 이행이라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사의 등록과 수행업무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면 세무행정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를 저하시켜 성실납세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정가에서는 “개정안 심사 방향은 나중의 일이고, 우선 법사위에 상정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진행될 것 아닌가”라며 “연내 처리하지 않아 세무사와 변호사,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고 국회를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