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임원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 출연을 한 것은 대통령 말씀이 있었고 경제수석실에서 직접 지시해 거절할 수 없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1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찬호(60) 전경련 전무는 "전경련이 거절하면 기업들이 불이익을 얻을까 걱정했다"며 "청와대에서 세세하게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박 전무는 "안 전 수석이 문화·체육 재단을 만들어야 하니 약 300억원 규모로 전경련이 모금해야 한다고 했다고 이승철 상근부회장에게 들었다"며 "이후 임직원에게 청와대 회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출연기업을 지정해줬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2015년 10월 강원도 강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행사 당시 안 전 수석이 이 부회장에게 전화해 재단 출연금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무는 "이 부회장이 안 전 수석에게 전화가 오자 행사장 밖으로 저를 데려갔다"며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전화로 기업 명단을 불러주면 저보고 들으라고 (기업명을) 복창했고 KT, 신세계 등 6개 기업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2개 정도는 안 전 수석도 연락을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곧바로 이용우 상무에게 안 전 수석 지시사항을 전달하며 6개 그룹 연락처를 파악하고 20대 그룹 중 추가 참여 그룹도 선정해보라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이 급하게 지시해 저는 간담회 중 여의도 사무실로 복귀해 증액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청와대 요청이라는 말 한마디에 하루 이틀 사이에 출자가 결정됐지 않냐"고 지적하자, 박 전무는 "실질적으로 하루라고 봐야한다"며 "그룹 임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또 2015년 10월 일본 출장 당시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현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부터 질책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기업들을 끌어들인 것처럼 왜 소문이 들리게 하냐며 질책했다"고 물었고, 박 전무는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한 걸로 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앞장선다는 소문이 날까봐 조심하라고 경고한 걸로 이해했다"며 "압박하면서 압박하지 않은 것처럼 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기업들에게 연락하며 사업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억울한 측면도 있고 마음도 상했다"며 "대통령 말씀이나 경제수석실을 언급하지 않으면 기업들에게 일을 빨리 진행할 수 없는데 도대체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