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홈케어와 공기청정기 등을 실태조사한 결과 오염물질 측정수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제조사에 패널티를 줄만한 규제는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간이실내공기질 측정기기인 홈케어 3종 9개 제품과 실내공기질 측정치가 표시되는 공기청정기 4종 8개 제품에 대한 실내오염물질 측정농도 수치의 신뢰성을 표본조사했다.
실험결과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미세먼지(PM10),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측정 정확도가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실내공기질 측정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실험대상 제품의 센서가 사용하고 있는 측정방법, 기기구조, 유지보수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실험대상 제품들이 사용하고 있는 센서 측정방법은 이산화탄소용 측정센서만 공정시험기준과 같은 비분산적외선법을 사용할 뿐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과 미세먼지용 측정센서는 반도체센서(TVOC)와 광산란 측정센서(미세먼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공정시험기준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다.
TVOC는 벤젠 등 수백 종류의 유기화합물질을 측정해 합산한 농도를 의미하지만 TVOC 측정에 사용된 반도체센서는 일부 물질만을 측정해 이를 TVOC 농도로 표시하고 있어 비과학적이고 아직까지 자동측정방식 센서로는 TVOC의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 측정에 사용된 광산란 측정센서는 간접 측정방식이어서 오차율이 높고 대부분 실제 농도보다 낮게 측정되는 등 신뢰도가 떨어져 공정시험기준에서 제외되는 방식이다. 주로 오염도 추이분석에 사용되고 있는 측정방법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기기 구조적으로도 간이 측정제품들은 펌프, 팬 등 공기흡입 유량조절장치가 없어 매번 유입되는 공기량이 달라 측정때마다 다른 결과 값이 표시됐다. 개별제품별로 센서를 교정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일괄 교정해 출시하기 때문에 동일한 회사의 같은 제품끼리도 서로 다른 농도값을 표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제 (가정이나 일터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의 경우 센서에 대한 교정이나 보정,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와 정도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용과정에서 센서의 교정 값이 달라지거나 센서의 오염 등으로 실제보다 훨씬 높은 미세먼지 수치를 표시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표본조사 대상으로 삼은 제품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중 소비자가 많이 구입해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7종으로, 여기에는 SKT(에어큐브), 삼성전자(블루스카이), LG전자(퓨리케어) 등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실내공기질 제품의 측정 수준도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란 점에 비춰볼때 다른 제품의 신뢰도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홈케어 및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센서들은 주로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생산되는 3만원~5만원대의 저가형 측정기기 센서들이다.
이번 조사에 제외된 제품들도 실태조사 대상 제품들과 같이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동일한 저가형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제외된 홈케어 및 공기청정기 제품들도 제조사는 다르지만 동일 종류의 센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측정치의 오차율 및 신뢰성은 이번 조사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실내공기질 제품이 '못믿을' 수준이지만 정부가 허위·과장광고로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현행법상 리콜도 쉽지 않아 소비자로서는 분통이 터질일이다.
환경부가 관계부처에 확인한 결과 각 제품별로 측정성능에 대해 직접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다.
일부 공기청정기 제품은 TV광고 등을 통해 측정값 표시부분을 간접 홍보하지만 주기능(공기청정)이 아닌 부가적인 기능(측정성능)에 대해 직접 광고를 하지 않아 어렵다는 것이다.
안내책자 등을 통해 표시되는 수치가 온도나 습도 등 주변요건 및 기기오류 등에 의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항을 알려 법망을 피해간 제품도 일부 있었다.
측정 수준의 신뢰도가 부정확한 만큼 소비자의 리콜 요구도 쇄도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리콜이 가능하지도 않다.
환경부는 제품안전기본법과 소비자기본법 등 관련 법률에서 리콜대상으로 규정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제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시돼 아직까지 관련 제도나 법이 미비한 점이 있어 관계부처와 개선할 계획"이라며 "리콜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일부업체는 전면 리콜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AS를 요청하면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