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증권당국의 회계장부 조사와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결별설 등 잇단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2001년 에너지 기업 엔론을 무릎 꿇린 헤지펀드 매니저 짐 채노스를 비롯한 국제 공매도 세력이 이 전자상거래 기업의 회계장부가 사실일 수 없다며 주식을 집중 공매도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공매도를 위해 투자자들이 빌린 알리바바의 잔여 주식이 지난주 현재 1억2400만주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 이 회사가 미국에서 첫 기업 공개를 한 이후 최대 규모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통화 등의 가치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주식이나 통화를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뜻한다. 대상 통화나 주식 등이 실제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 갚은 뒤 수익을 남기는 구조다.
알리바바 주식 공매도는 이 회사가 미 증권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지난 2주간 절정에 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공매도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투자자는 ▲지난 2001년 에너지 기업 엔론에 대한 공매도로 명성을 얻은 헤지펀드 운영자인 짐 채노스와 ▲호주 브론테 캐피탈의 매니저인 존 햄프턴이다.
이들은 알리바바 회계장부 수치에 대해 “정신이 나갔다(wonky)”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알리바바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42억 위안(약4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바바의 초기 투자자인 일본 소프프뱅크와의 결별설도 이러한 공매도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31일 이 회사 주식 100억 달러(11조7240억원) 어치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알리바바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하는 등 마윈 회장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손 회장이 지분을 정리하기로 한 것은 재무재표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자회사 스프린터에서 적자가 쌓이자 알리바바 지분을 팔아 이를 메우고 제2의 알리바바에 투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미국 웨드부시 증권의 길 루리아 연구원은 “공매도 세력이 알리바바를 목표로 삼기에 아주 매력적인 요인들이 꼬리를 물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증권감독당국이 알리바바의 회계관행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알리바바가 그 결과를 수용한다면 그 파장은 클 것”이라며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전반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에 있는 CM리서치의 사이러스 메와왈라 이사는 “알리바바 주주들은 미래 어느 시점에 회계·정치·기업 지배구조 리스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리스크들이 언제 실현될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