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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12.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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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혼쭐난 슈틸리케호, 우물 밖 세상을 보다

슈틸리케호가 스페인을 만나 혼쭐이 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1-6으로 대패했다.

이번 경기 전까지 한국은 승승장구했다.

2015년 치른 20경기에서 16승3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 3월27일 태국전 승리(1-0)와 쿠웨이트전 몰수승(3-0)까지는 9연승을 달려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숫자를 맹신할 수는 없었다.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을 치르면서 약체로 분류되는 팀들과 많은 대결을 벌여 승리를 챙겼다.

스페인전은 대표팀의 현주소를 냉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스페인은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우승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에서 연달아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 있는 팀이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가장 강력한 스파링 상대였다.

슈틸리케호의 의욕은 높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기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2무3패라는 초라한 역대전적도 이번 만큼은 옛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슈틸리케호는 처음 부딪히는 거대한 상대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수비라인을 끌어올린 뒤 강한 전방 압박을 토대로 스페인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프리킥에 선제골을 내줬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급격히 흔들렸다. 수비진은 실수를 연발했고, 전반 32분과 38분 다소 허무하게 추가골을 내줬다.

후반에도 반전은 요원했다.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두 골을 헌납해 격차는 벌어졌다. 주세종(서울)이 후반 38분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로 이기는 경기만 했던 슈틸리케호였다. 최근 패배인 지난 1월 아시안컵 결승도 연장 승부 끝에 1-2로 진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지는 경기'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고, 상대편에 분위기를 넘겨 준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 전개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슈틸리케호는 전방 압박을 통한 역습 전술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어색했다. 주로 약팀들을 만났던 한국은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두드리는데 능했다.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는 스피드와 정확성이 결여된 역습이 주를 이뤘고 효과는 미비했다. 선발로 나섰던 손흥민(토트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의조(성남) 등은 좀처럼 제대로 된 공격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들어 교체투입된 자원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쓰린 속을 달랬다. 최전방 공격수 석현준(포르투)와 이재성(전북), 주세종 등은 후반 16분 동시에 투입돼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아시아에서 강호로 통하는 한국은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물 밖 세상'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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