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성탄절 다음날 시즌 마수골이 골을 터뜨리며 팀과 자신의 고민을 말끔히 털어냈다.
기성용은 26일 자정(한국시간) 웨일스 스완지의 리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스완지 시티와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과의 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은 이날 작심한 듯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전반 9분 만에 성과를 거뒀다. 앙헬 랑헬의 슈팅이 골키퍼 손을 맞고 흐르자 몸을 던져 공을 골대 안으로 우겨 넣었다.
선제골을 터뜨린 스완지는 웨스트 브로미치의 공세를 차단, 안방에서 1-0 승리를 거머쥐었다. 기성용의 골은 결승골이 됐다.
단 한 골에 불과했지만 그 무게는 컸다.
스완지는 무려 8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챙겼다. 앞서 7경기에서 2무5패로 부진했던 스완지는 기성용의 골로 달콤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안방에서는 무려 4달여 만에 거둔 승리다. 올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스완지는 지난 8월3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2-1 승리 이후 홈 팬들 앞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아울러 게리 몽크 감독 경질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챙기며 분위기 반전의 포석을 마련했다. 스완지는 지난 10일 팀 레전드 출신인 몽크 감독을 경질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무려 3경기 만에 그 효과를 봤다.
강등권(18~20위)에 몰려있던 순위도 끌어올렸다. 종전 18위에 머무르던 스완지는 이날 승리로 승점 18점(4승6무8패)이 돼 16위로 뛰어올랐다. 13위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승점 20)과의 격차는 2점에 불과해 중위권 도약의 희망도 살려나갔다.
기성용은 구단 인터뷰를 통해 "최근 경기에서 떨어졌던 자신감을 이번 승리로 찾게 됐다"며 "우리의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골이었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무려 8차례나 득점을 터뜨리며 공격력을 과시했다. 박지성(은퇴)이 보유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골(5골) 기록을 가뿐히 경신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좀 처럼 득점이 터져주지 않았다. 본인도 답답함을 느껴 지난 22일 "골을 넣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이날 천금 같은 시즌 1호골을 터뜨리며 포문을 열었다.
기성용은 "득점에 대해 간절했다"면서 "시즌 첫 골을 넣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많을 골을 넣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수걸이 골로 팀 승리를 이끈 만큼 자신감도 한 껏 올랐다. 오는 28일 열리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도 기성용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현지 언론의 호평도 뒤따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최고 평점인 7점을 부여했다. 스완지에서 7점을 받은 것은 주장 애쉴리 윌리엄스와 베테랑 미드필더 레온 브리튼 등 3명 뿐이다.
영국 축구통계전문업체인 '후스코어드닷컴'도 기성용에게 팀내 세 번째인 7.53점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