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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에서만 41년' 블래터 시대 종언

"끝날 때까지 싸울 것이다. 그리고 돌아올 것이다.(I will fight until the end. I'll be back.)"

한국 나이로 80세. 얼굴의 점을 뺀 뒤 반창고를 붙이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는 21일(한국시간) 제프 블래터(79) FIFA 회장에게 8년의 자격정지와 벌금 5만 스위스프랑(약 6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 2011년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건넨 것이 문제가 됐다.

윤리위는 "블래터 회장은 해당 금액에 대해 서면으로나 직접 발언으로나 소명하지 못했다"며 윤리위 강령 위반을 들어 징계를 확정했다.

사실상의 퇴출 선고였다.

8년이 지나면 블래터 회장은 87살이다. 불가능은 없다지만 복귀가 어려워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써 41년 동안 이어진 블래터 회장과 FIFA의 인연은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로잔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선수로 활동했을 뿐, 본래부터 축구계에 몸 담은 것은 아니다.

시계회사 론진에서 근무하던 블래터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FIFA에 입성했다. 지난 1975년 아디다스 창업자의 아들인 호르스트 다슬러에 의해 FIFA 개발 프로그램 국장을 맡은 것이 출발점이다.

1981년부터는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의 밑에서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25년간 장기 집권한 아벨란제 회장의 밑에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FIFA 입성 24년 째인 1998년 블래터 회장은 본격적으로 회장직에 도전했다. 그해 6월 축구 스타 플라티니와 아벨란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자인 렌나르트 요한손을 제치고 당선됐다. 블래터 시대의 시작이었다.

지난해까지 3번의 선거를 더 치렀고 어김 없이 블래터는 승리했다.

다섯 번째 선거가 찾아온 올해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지난 5월27일 미국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은 스위스 연방경찰이 1억 달러(약 1105억원) 규모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FIFA 현직 부회장 2명을 포함한 7명의 임원을 긴급체포했다.

블래터 회장의 저력은 강했다. 3일 뒤 처러진 12대 선거에서 어김없이 5선에 성공했다. 집권하는 동안 조직이 부패로 얼룩졌지만, 동시에 FIFA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막강한 단체로 키웠다는 평가가 그를 따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블래터 회장을 향한 지탄의 목소리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결국 지난 6월3일 차기회장 선거까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아름다운 뒷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 9월 스위스 법원은 블래터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혐의를 제기했고, 이에 FIFA 윤리위가 움직였다.

윤리위는 지난 10월8일 이들에게 90일 임시 자격정치 처분을 내렸다. 3개월 뒤에는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그렸으나 헛된 꿈이었다.

윤리위는 오히려 징계를 확대, 8년 간의 자격정지를 선고해 블래터 회장을 사실상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블래터 회장은 윤리위 징계 직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플라티니에게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며 "후회를 하고 있지만 부끄럽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리위는 회장의 거취를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나는 아직 FIFA의 회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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