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무부가 발표한 첫 검찰 고위직 인사(검사장급)의 키워드는 철저하게 정권에 대한 '로열티'와 '코드'로 축약된다.
승진자들이나 주요 보직자들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우 수석과 동기인 사법연수원 19기의 약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인사였지만, 김 총장보다는 오히려 우 수석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연히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열티'로 똘똘 뭉친 인사…검찰 중립성 훼손 우려 심각
이번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검찰 내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영렬 대구지검장이 임명됐다는 점이다.
이 지검장 발탁을 놓고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검찰 내에선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분석이 높다.
당초 하마평에 올랐던 김주현 법무부차관이나 김진모 인천지검장이 발탁될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무난한 인사를 찾다보니 이 지검장이 발탁됐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사시폐지 유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김 지검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제2민정비서관을 지냈다.
그렇다고 이 지검장을 무턱대고 발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간부는 "이 지검장은 후덕해서 내부 신망이 두텁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권에 대한 로열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며 "로열티가 없었다면 중앙지검으로 보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설도 나오고 있다. 다른 검찰 고위 인사는 "VIP와의 친분설이 꽤 오래전부터 나오곤 했었다"며 "나이가 많고 사고칠 성격이 아니라는 점도 적극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차장으로 가는 김 차관도 현 정권에 대한 로열티로 얘기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차기 검찰총장을 위한 '예비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김 차관이 총장 대신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는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청와대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중견 법조인은 "대검 차장이라는 자리는 중앙지검장보다는 위험 부담이 없으면서 BH(청와대)와는 더 가까운 자리"라면서 "청와대나 법무부에서 얘기할 때 총장과 직접 하지 않고 대검 차장을 통해 하는 만큼 굉장히 중요한 자리이면서 자기 관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 법조인은 특히 "그렇게 가기 위해서 김 차관이 직접 열심히 뛰었을 수도 있고 청와대가 김 차관을 신뢰하는 만큼 알아서 챙겨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검장 승진 인사들 중 TK 출신 김강욱 대전고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문무일 부산고검장, 오세인 광주고검장 등도 로열티가 검증된 인사들이다.
김 고검장과 윤 고검장, 오 고검장 등은 현 정권에서 내내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문 고검장의 경우 성완종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한 만큼 보은인사로 볼 수 있다.
◇우병우 동기 '19기' 약진…TK 주요 보직 '장악'
우 수석과 동기로 주목받는 19기는 이번 고검장급 승진 인사에서 절반인 3명이 발탁됐다.
올해 초 고검장 승진 당시 18기인 김 차관이 혼자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힘을 실어준 셈이다.
고검장급 대열에 19기 동기 3명이 들어서면서 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겉으로 보기엔 지역 안배를 고려한 듯 보이지만 더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주요 보직은 대부분 TK가 차지하고 있다.
김 총장과 손발을 맞추는 대검 부장 7명 가운데 3명이 TK 출신이다. 특히 사정수사를 총괄하는 반부패부장에 경북고 출신 박정식(54·20기) 울산지검장을 앉힌 것을 보면 TK가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인사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공판송무부장에 대구 출신으로 대구고를 졸업한 김해수(55·18기) 광주지검장이, 과학수사부장에 경북 청송 출신으로 대구 영남고를 나온 김영대(52·22기) 대구지검 1차장검사가 승진한 것도 그런 차원으로 해석된다.
TK 출신인 박성재 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가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 김 총장은 서울고검 산하에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합동수사단을 꾸려 부패수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초동은 앞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구도를 중심으로 이번 인사가 짜여진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인사 안을 보면 우 수석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은석 검사장이 법무연수원으로 간 것도 우 수석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