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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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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싸게 팔아요"…열어보니 '물병'

아이패드 등 고가의 전자기기를 판매한다며 중고나라에서 수천만원대 사기 행각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서장 김갑식)는 사기 혐의로 김모(31)씨를 최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서울, 강원도, 경상북도 등 전국 PC방을 전전하며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아이패드나 디지털카메라 등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이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171차례에 걸쳐 3500만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특히 물건이 실제 배송되는지 의심하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배송되는 박스의 송장번호를 찍어 전송했다. 그러나 실제 송장번호가 붙은 박스에는 전자기기가 아니라 무게를 맞추기 위해 집어넣은 공책, 물병 등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동거녀 A(35)씨 명의로 개설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물품이 배송되면 스마트폰 전원을 끈 후 범죄의심 관련 전화번호 등록을 피하기 위해 통신사 사이트를 통해 전화번호를 수차례 변경했다.

김씨는 지난 8월 A씨 명의의 노래방으로 경찰이 추적을 시작하자 역시 A씨 명의의 차량을 이용해 A씨와 전남편 자녀를 데리고 지방으로 도주했다.

그는 특히 갑작스런 도피를 A씨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지방에 거주하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고, 지방으로 내려가서도 렌트카 3대를 지인과 A씨 명의로 대여해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김씨는 또 경찰이 렌트카를 회수한 후 이동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렌트카 블랙박스를 공중으로 향하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동거녀 A씨는 김씨의 범행 사실을 몰랐고, 오히려 김씨가 명문 사립대 졸업 후 육군 대위로 예편한 직장인이라고 믿고 있었다. 김씨는 A씨를 속이기 위해 실제 출근하는 행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또 김씨의 부탁으로 자신 명의로 수억원의 대출까지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그러나 A씨 소유의 노래방이 자신의 것인 것처럼 명함을 파고 지인들에게 재력을 과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씨가 A씨와 자녀들을 데리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A씨 어머니가 김씨를 납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A씨 어머니는 A씨가 갑자기 연락 없이 사라지자 김씨가 A씨와 손주들을 납치한 것으로 의심했으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손주들을 찾는 전단지까지 배포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강원 양양의 한 숙박업소에서 A씨 및 A씨 자녀들과 함께 있던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카페에서는 돈을 받은 후 판매자가 연락을 끊거나 게재한 상품과 다른 상품을 보내는 등의 신고가 하루 10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며 "직접 만나서 물건을 보고 거래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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