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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기타

싸이 "나는 A급이라고 했지만, B급이 된거겠지"

가수 싸이(38)가 12월1일 정규 7집 '칠집싸이다'를 발매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미디어와 만난 그는 2012년 7월 정규 6집 '싸이6갑(甲)'을 발표했을 당시 포장마차에서 연 행사 때처럼 잦은 농담으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나갔다.

앨범 만으로 따지면 그를 월드스타 반열에 올린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6갑'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초반에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던 그는 능수능란한 말투로 문답을 이어갔다.

-소감 겸 근황은?

"너무 오래 걸렸다. '젠틀맨'으로부터는 2년8개월 만(지난해 6월 공개된 '행오버'는 한국에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다)이다. '싸이6갑'으로부터는 3년5개월 만이다.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지 몰랐다. 한때는 '우등생들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곡쓰는 것이 쉬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말했듯, 중압감이든 스트레스든 ('강남스타일' 이후) 머릿속에 사공들이 많아 그 사공들을 한 명으로 정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올 초에 대학 축제 무대에 서면서 조금씩 제 정신을 차렸다. '아, 맞다. 내가 하고싶은 걸 하려고 이 직업을 택했는데 왜 남의 눈치를 볼까' 생각한 거지. 세월이 흘렀으니 전제 자체가 예전의 나이기는 힘들겠지만, 예전에 나라면 이런 곡을 썼겠구나라는 마음으로 9곡을 채웠다. (이번 앨범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대디'가 완성된 것이 작년 3월이었다. 총 19개월이 걸렸다. 베토벤도 아니고 7계절 동안 댄스 음악 하나를 만든 거다. 일곱 계절을 거치는 동안 많은 수정을 했고 고쳤다. (더블 타이틀곡 중 또 다른 곡인) '나팔바지'는 축제 공연을 마친 어느날 쉽게 만든 노래다. 재미있을 것 같다. 하나는 쉽게, 하나는 어렵게 만든 노래다. 업계에서는 어렵게 만든 노래가 안 되고, 쉽게 만든 노래가 잘 된다는 정설이 있는데 뭐가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다."

-더블타이틀곡이다.

"'나팔 바지'는 (본인이 만든) 그룹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노래다. 편곡의 방향이나 트랙 장르는 복고풍의 펑키 댄스다. 예전부터 하고 싶어한 장르인 70, 80년대 풍의 노래다. 그간 박진영씨가 주로 했던 거다. 노랫말은 복고 키워드를 찾다가 나팔바지가 떠올랐다. '대디'는 2014년 여름을 목표로 뮤직비디오 촬영도 했는데 편곡이 바뀌었고 안무가 바뀌어서 예전 촬영본을 재촬영했다. 이렇게 애 먹은 곡은 처음이다."

-앨범 발매 전 초심과 싸이스러움을 강조했는데 먼저 이 둘에 대한 정리를 부탁한다.

"스스로가 '싸이스러움을 찾는다'고 이야기하거나 '이 노래가 싸이다운 노래'라고 하는 자체가 싸이답지 않다. 누가 누구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때로는, 큰 무게가 될 때도 있다. 예전 같이 거침 없음, 당돌함, 나아가서는 다소의 무례함….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가지고 있는 것이 싸이스러움이라면, 우리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서슬퍼런 음악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초심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더라. 음악을 시작할 때인 '새' 때인지, 제대를 한 후인지. 내가 찾은 초심은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해서 딴따라가 된 나다."

-'나팔바지'는 내수용, '대디'는 해외용이라고 했다. 가른 이유가 있나?

"농담 삼아 한 이야기였다. '대디'는 한참 중원의 푸른 꿈에 부풀었던, '난 여전히 마돈나의 친구'라고 생각하던 작년 어느날 만든 노래다. 국내도 물론이지만 국외를 생각한 코드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말 가사지만 후렴은 영어로 반복구가 있다. 해외 활동 당시에 이 노래를 만들어서 아무래도 지향하는 점이 해외를 조준했다. '나팔바지'는 예전에 내가 하던 걸 다시 해보자고 한 것이다. 두 작품 사이에는 작년과 올해라는 경계가 있다."

-자이언티, 'JYJ' 김준수,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앰, '들국화' 전인권 등 피처링이 화려하다.

"피처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건 (2002년 정규 3집에 실린 곡으로 '쿨'의 이재훈이 피처링한) '낙원'부터였다. 사실 내 공연 때마다 '낙원'을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부른다. 그 때마다 이재훈씨가 나오지는 않는다. 음원으로는 최적화된 노래를 들려줘야 하기 때문에 적합한 사람이 그 감정선을 가장 잘 전달하지 않을까 해서 피처링을 부탁하는 거다. 뮤지션들과 교류는 좋은 일 것 같다."

-'싸이6갑'은 정규 6집의 파트 1이었다. 파트2를 내지 않고 바로 7집으로 넘어갔다.

"'강남스타일'이 그렇게 될 줄 몰랐다. 파트1을 낸 직후에 파트2를 내려고 했는데, 이제는 1에서 2로 넘어가기 위한 시간은 길게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앨범으로부터 스스로를 환기하고 싶었다. 활동기간이 15년인데 정규 6집만 냈다고 자숙기간이 티가 날까봐 정규 7집을 내기로 했다. 러키 세븐이기도 하고. 정규 6집 파트1은 화석처럼 남았으면 한다."

-'강남스타일'이 히트하면서 월드 스타가 됐다. 달라진 입지로 고민도 달라졌는가. 마이너 감성의 대표주자였는데 메이저로 바뀌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내가 B급이다' '내가 마이너다'라고 의도한 바가 없다. 대중이 브랜드를 붙여주면 상품이 되는 거다. 언제가부터 B급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됐는데 음악을 하는 어떤 사람이 B급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는가. 내게는 그게 A급, 가장 하이엔드, 그게 최선이었다. 비주얼의 특성상, 춤의 특성, 몸매의 특성상 나는 A급이라고 했지만 B급이 된 거겠지. 나는 메이저를 지향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상황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 때가 더 묻고, 덜 날것이 묻어나는 것이겠지. 나뿐만 아니라 많은 뮤지션들이 겪는 일일 거다. 메이저가 돼서 느끼는 괴리가 있느냐. 문화예술적 것에서 가장 강력한 건 자연스러움이다. 때 묻은 싸이도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억지로 핸들을 꺾으려 해봤자, 소용 없다는 걸 최근 깨달았다. (데뷔곡인) '새' 때부터 A급을 지향했다."

-신곡들은 '강남스타일'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강남스타일'과 신곡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강남스타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강남도 안 나간다. '강남스타일'과 비교는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그 노래는 무겁다. 이번 앨범은 아홉곡을 정성들여 만들었다. 기왕 싱글로 듣기보다는 정규 앨범 전체로 듣기를 작곡자로서 추천한다."

-예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단 나이를 먹었다. 스물네살에 데뷔했는데 지금은 서른 아홉이다. 그 때는 미혼이었고 지금은 기혼이고. 미필이었는데 군필이고가 가장 큰 차이다. 아무래도, 해외에서도 선글라스를 끼면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변화다. 근데 벗으면 못 알아 본다. 그래서 어둠침침해도 선글라스를 꼭 착용한다. 나는 잘 된 적도 많고, 혼난 적도 많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기도, 이렇게 되기도 힘들다. (입대를 위한 훈련소에서) 훈련을 두 번 받은 자가, 마돈나와 춤을 추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돌이켜보면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꾼 적은 없다. 써놓은 곡이 아까워서 데뷔를 하게 됐고, 1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굉장히 찡하다."

-이번 앨범의 음악적인 스타일은. 그리고 이번 앨범을 통해 이루고 싶은 바람은?

"내 음반은 항상 그렇듯 장르가 여러 개다. 좋게 말하면 백화점, 나쁘게 말하면 잡탕이다. 댄스 음악이 기본으로 EDM, 요즘 유행하는 트랩, 힙합 미디엄 템포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희로애락을 담고자 했다. 사랑 외에 다른 것도 영화처럼 건드리고 싶었고. 싱글이 분식이라면 정규는 정식이다. 대한민국 주부의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편식 없이 골고루 섭취해줬으면 한다."

-정규 6집 때는 해외 진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나 7집은 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활동 방향은 6집과 (해외를 노린) '젠틀맨' 사이가 되지 않겠나 싶다. 기본적으로는, 국내에서 모습을 보여준 지가 오래돼서. 크리스마스 때 콘서트도 있고. 당분간은 (국내에서) 신곡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해외진출한) 6집은 아무런 생각 없이 얻어걸린 케이스다. '젠틀맨'은 처음부터 해외를 의도했고. 이번에는 의도하지 않되 걸리면 걸리는 그런 느낌. 짬짜면 같다고 해야 하나.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한 만큼 아무래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찍어줬으면 하는 한국인의 바람이 있다.

"예전에 인터뷰한 것들을 쭉 봤는데 멋있는 말을 많이 했더라. 빌보드 순위는 덤이라며 개의치 않는다고. 근데 어느 순간 신경을 쓰고 있더라. 신경을 쓴다고 될 일도 아니다. 매일 유튜브 조회수는 체크를 하겠지. 근데 두 번 다시 '강남스타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본다. 순수 한국말로 된 노래가 세계에서 들려지는 건 확률적으로도 적다. '행오버가 빌보드 26위 충격?'이란 글을 봤다. 분명히 충격 받을 스코어는 아닌데. '강남스타일'과 비교하면 아시아의 웬만한 가수도 스코어 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나도 그렇다. '강남스타일' 전에도 K팝이 유명했듯이 K팝 행렬에 동참하는 스코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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