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를 내지 않는다며 방 출입을 막아버린 70대 집주인 부부의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항소심이 원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남성이 월세와 공과금을 내지 않은 것이 방 자물쇠 교체의 원인이 됐다며 세입자의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형을 가중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살인미수 및 현주건조물 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모(57)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70대 집주인 부부가 월세방 출입을 막는 바람에 신씨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동기를 참작했다"며 "그러나 월세방에 자물쇠를 바꾼 것은 월세와 공과금 지급을 연체한 것이 원인이므로 신씨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신씨는 이들 부부가 잠든 시간인 자정이 지나 미리 준비한 기름통을 갖고 가서 집에 불을 질렀다"며 "우연히 지나가던 시민이 불길을 발견해 이들을 깨우고 진화하지 않았다면 참혹한 결과가 초래될 뻔했다"고 지적했다.
또 "신씨는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시민이 불을 끄려 노력하고 소방차가 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며 "집주인 부부는 70세가 넘는 고령으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라 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신씨는 지난 3월 집주인 이모씨 부부가 밀린 월세와 공과금 지급을 독촉하고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문 열쇠를 바꾸자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는 2011년 8월부터 경기도에서 이씨 부부가 살고 있는 방 2칸짜리 단층주택에서 방 1칸을 보증금 100만원과 월세 25만원에 빌려서 살고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초 고향에 내려간 사이 이씨 부부가 월세 등을 내지 않는다며 방문 열쇠를 바꾸고 이후 "옷이라도 가져가게 문을 열어달라"는 부탁도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집에 불을 질러 이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씨는 같은달 주유소에서 경유를 구입한 후 친구 집 부근의 연탄창고에 숨겨두고 후배와 술을 마시며 이들 부부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자정이 넘자 기름통을 꺼내 주인 부부의 집으로 가 현관문 앞과 폐지 등을 쌓아둔 안방 앞 창고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이들 부부는 잠에서 깨 대피했다.
1심은 신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부부가 거주하는 집 앞에 경유를 뿌리고 불을 놓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범행 수법과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임차해 거주하는 방의 주인 부부가 신씨에게 월세를 독촉하면서 방의 자물쇠를 바꿔 출입을 막는 바람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