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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12.14. (일)

내국세

[연재]'어머니의 마지막선물' 애뜻한 사연들

-'나는 평생 세금쟁이'- (75)

“사랑하는 석성의 아들, 딸들아!”

 

 

 

필자는 내가 손수 만든 석성장학회를 통해 나름대로 진한 감동을 느끼면서 지난 20여년간을 살아왔다. 비록 장학회 규모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나에게는 더 없이 소중해서 이제는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되었다. 해마다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아! 바로 이것이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구나!”하는 마음의 다짐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많은 장학생들로부터 듣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석성장학회는 정말 희한하네요. 다른 장학회에서는 학교 성적만을 따지는데, 석성장학회는 가난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장학생으로 뽑힐 수 있다니….”

 

이런 생뚱맞은(?) 석성장학회는 해가 가고 달이 갈수록 그 지경이 넓어졌다. 국내는 물론이고 멀리 바다 건너 미국을 비롯해서 미얀마, 캄보디아와 중국에까지 널리 퍼져 나갔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깨달은 것 하나가 있었다. 장학금을 받아가는 당사자가 가난할수록 더 고맙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지난 2012년 1월, 석성 장학회에서 미얀마 양곤지역에 4번째 ‘사랑의 학교’를 세워 주었다. 그때 현지 교육감이 나에게 ‘우서디가’라는 미얀마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나누어 존귀한 사람’ 이라는 뜻이란다. 물론 캄보디아나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경우에도 같은 뜻으로 진심 어린 감사의 표시를 전해왔지만…. 이에 못지 않게 국내에서도 그동안 많은 사연들이 보내졌다.

 


 


 

 

 

 

석성장학재단은 2013년1월22일, 미얀마 사랑의 학교 5호 건립 기증식을 가졌다.

2년 전인 것으로 기억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일선 세무서에서 어렵게 아들과 함께 살다가 불치의 병으로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어머니의 유언을 담아 그 아들이 보내온 고백이다.

 

“(전략)…저는 이혼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을 진학한 후 어머니와 살게 되었는데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느끼며 한동안 행복하게 살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그만 말기암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 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집안 재정이 어려워 어머니는 병원을 가지 못하고 약으로만 버티며 지내 왔습니다. 그렇게 한달을 버티시던 어머니는 결국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약 칠십일간 암과 싸우시다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실 때 대학교 휴학 중인 저를 석성장학생으로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 소중한 석성장학금은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사연으로 역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 세금쟁이가 지난 5월에 아들을 추천하면서 보내온 사연이다.

 

“(전략)…아직은 건강이 완치된 상태가 아니고 정기적으로 3개월에 한번씩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 생각하며 신앙생활에 게을리 하지 않고 하루하루 기도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희망을 가지고 살아 가도록 용기도 주시고 잊지 않으시고 격려해 주시고. 무엇보다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드립니다. 청장님께서 베푸시는 선하신 일을 통해 하늘나라 상급이 크리라 생각됩니다.”

 

이와는 별개로 장학회 이사장인 아내에게 보내온 사연이다.

 

어떤 어머니가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고3 졸업반 딸과 함께 구청에서 마련해 준 ‘쉼터’에서 숨어 지내던 중 딸이 등록금 미납으로 고등학교 졸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면서 보내 온 사연이다. 물론 미납된 등록금 일체는 석성장학회에서 지원해 주었다.

 

“(전략)…딸아이의 등록금을 못 내면 졸업을 시킬 수 없다는 학교측의 말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때 쉼터 소장님께서 발벗고 뛰어주셔서 다행히 석성장학회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수호천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직접 뵙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를 수십번이나 되뇌었습니다. 불쌍한 저이지만 이사장님의 고운 마음을 이어받아 암울한 세상에 빛을 뿌리며 살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이외에도 다수의 다문화가정과 탈북민 자녀들의 애틋한 사연들이 우리 석성장학회로 보내져 왔다. 그 때마다 나는 울컥했다. 이 시간 감히 외치고 싶다.
“사랑하는 석성의 아들, 딸들아! 고맙구나.” 

 

 

 

<계속>-매주 水·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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