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을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업무 주체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인세법·소득세법 시행규칙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일 G법무법인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조정반지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일정한 납세자에 대해 외부의 세무사 등이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외부세무조정 강제제도'를 도입한 법인세법시행령 제97조 제9항·제10항 및 소득세법시행령 제131조 제2항·제4항과 그 위임에 따른 소득세법시행규칙 및 법인세법 시행규칙의 해당조항이 모법조항의 위임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원고에게 세무조정반 지정을 거부한 처분은 무효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납세의무자에게 스스로의 책임 하에 할 수 있는 납세신고에 앞서 외부세무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추가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은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데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전담하게 될 외부자의 범위를 정하게 된다"면서 "현행법상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역은 세무사 외에도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이 있으므로 외부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사전에 관련 당사자들의 비판과 참여가능성이 보장된 공개적 토론과정을 통해 상충하는 이익간의 공정한 조정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형성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외부세무조정제도는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서 법률에 의해 정해져야 할 본질적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는 법률에서는 적어도 적용대상 및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법조항에서는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만 정할 뿐,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G법무법인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대구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받았다.
그러다 지난 2010년 대구지방국세청이 법인세법시행규칙 및 소득세법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조정반에 법무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조정반 지정 취소 통보를 내리자 조세심판청구를 거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