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고 나서 받은 돈을 추징금으로 모두 냈다면 이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모씨가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인 이모씨는 재건축상가 일반분양분을 우선 매수하려는 A씨로부터 5천만원, 재건축아파트 관리업체 선정 대가로 B씨로부터 3천800만원 등 8천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2010년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판결이 확정되자 추징금 8천800만원을 모두 납부했지만, 남양주세무서는 8천800만원이 '뇌물'로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된다고 보아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뇌물로 받은 8천800만원에 관해서는 수령 당시에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그후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돼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해 소득이 실현되지 않았으므로 당초 성립했던 납세의무는 전제를 잃게 됐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당초에 위법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성립했던 적이 있음을 이유로 한 사건처분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해 형사사건에서 추징판결이 확정돼 집행된 경우에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8.2.27. 선고 97누19816 판결, 대법원 2002.5.10. 선고 2002두 431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