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08. (일)

내국세

'부정세무대리 방지책'-세무사계 "동반자관계 금 가나"

국세청이 6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내놓은 '비정상적 세무대리행위 방지대책'에 대해 당사자인 세무대리인들은 "상호 동반자 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섞인 반응이 많다.

 

국세청은 이날 ▶금품 제공 세무대리인, 금액에 상관없이 직무정지 처분 ▶1천만원 이상 금품 제공 세무대리인, 2년간 직무정지 또는 3년간 등록 취소 ▶성실신고 허위확인, 부실기장 등 관리 강화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사법 위반 혐의 발견시 반드시 징계 요건 조사 ▶조사팀-납세자 직접 설명제 실시 ▶금품 제공 권유 세무대리인 신고한 납세자 우대 등을 담은 비정상적 세무대리행위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국세청이 이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세무대리인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세무부조리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임환수 국세청장 취임후 조사과장 면담제 시행, 조사팀 순환제, 청렴세정담당관실 개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세무부조리 근절대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대리인이 개입된 비리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고강도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올초 발생한 각종 세무비리 사건에서도 세무대리인 개입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3월 드러난 서울청 조사팀과 공기업 K社간 뇌물수수 사건에는 국세공무원 출신인 한모 세무사가 개입돼 있었다. 한모 세무사는 조사대상업체와 허위 세무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보수를 가장해 뇌물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달 경찰이 서울국세청과 일선세무서 몇 곳을 압수수색한 것도, 서울 강남 소재 G성형외과의원의 세금감면청탁에 연루된 신모 세무사에서 비롯됐다.

 

3월초 세정가를 발칵 뒤집은 국세청 서기관 두명의 성매매 의혹 사건에는 국내 유명 회계법인 임원이 끼여 있었다.

 

이처럼 메가톤급 국세공무원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지없이 세무대리인이 등장하자 세무대리인들의 아킬레스건인 '징계 강화'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 3월 감사원이 '세무대리 등 납세협력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실기장 세무대리인에 대한 제재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세무대리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서울소재 한 세무사는 "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세무대리인을 강하게 처벌하는데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그런데 금품 제공 세무대리인의 상당수는 조사 수임을 맡고 있는 국세공무원 출신 세무사다"고 주장했다.

 

이 세무사는 "몇몇의 잘못을 대부분의 세무대리인이 그런 것 마냥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다른 세무사는 "납세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어떤 것이 쟁점이 되고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몰라 세무대리인에게 조사업무를 맡기는데, 세무대리인을 배제시키고 납세자에게 직접 설명한다는 것은 또 무슨 얘기냐"면서 "결국 납세자들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권익을 침해당할 수 있으며, 그같은 대책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발더 나아가 이 세무사는 "혜택이 있다손 치더라도 금품제공을 권유했다고 세무대리인을 신고하는 납세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면서 "결국 납세자와 세무대리인간 불신의 벽을 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과 세무대리인간 협력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세무사는 "이번 대책은 결국 국세청이 세무대리인을 불신하고 있다는 속내를 보여준 셈"이라며 "협력적 동반자관계라고 표현을 하던데 이젠 물건너 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정상적 세무대리행위 방지대책'이 정상적인 세무대리업무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책 발표를 계기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한 세무사는 "이번 대책은 세무대리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면서 "업계 차원에서 발 빠르게 자정노력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선제적 대응이 없었음을 아쉬워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