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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12.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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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사의표명, 檢 시그널 있었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63일 만인 21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히려는 검찰 수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된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번 사태 이후 돌아선 여론과 여권의 자진사퇴 압박 등에 못이겨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지난 일주일여간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실상 이 총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뒷받침할만한 결정적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홍준표 경남지사가 아닌 이 총리가 리스트에 오른 친박핵심 인사 8명 중 가장 먼저 검찰에 소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밤 중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檢 수사 시그널 있었나

이 총리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한 밤 중에 이뤄진 사의 표명 발표는 갑작스럽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이 총리가 박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이후에도 국정 운영의 2인자로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며 4·19 혁명 기념식까지 참석했던 것에 비춰보면 예상보다 타이밍이 빨랐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 총리가 검찰 수사와 관련한 시그널(signal, 신호)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무언의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과 목격담 등이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총리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수사팀이 성 전 회장의 에쿠스 차량이 2013년 4월4일 오후 4시께 부여 톨게이트를 통과한 하이패스 기록을 확보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이 총리의 압박감은 더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현직 총리가 가용할 수 있는 채널은 다양하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그널을 받았을 수 있다"며 "여론 악화,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에도 자리를 지켰던 이 총리가 심상치 않은 검찰 수사 분위기를 읽으면서 사의를 표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진 만큼 검찰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경남기업 전·현직 임직원 등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뒤 이 총리 선거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자승자박 이 총리…꼬리에 꼬리를 문 의혹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선 이 총리에 대해 '자승자박'(自繩自縛)' 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친분에 대해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1년 가까이 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했지만, 수사팀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착·발신 기록이 210차례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총리는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이 총리의 전(前) 운전기사·지역 신문 기자 등은 두 사람의 독대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이 총리 측이 전 운전기사 등을 상대로 말맞추기를 시도하거나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실상 이 총리는 이제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밖에도 성 전 회장이 2012년 1월 당시 야인으로 지내고 있던 이 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500만원을 냈다는 의혹도 불거졌으며, '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완사모)의 핵심 인사인 운수회사 대표 이모씨는 회사 자금 등 6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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