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하반기, 파란 많은 국정감사 수감
2001년 국세청은 연초부터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6월말 조사 결과 발표와 뒤이어 몇몇 사주에 대한 형사고발로 분위기가 무척 긴장돼 있었다.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 돼 여야가 대립했고 조사대상이 된 언론과 정부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러한 와중에서 국세청엔 리더십 교체가 있었다.
2001년9월7일 안정남 청장이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9월10일 손영래 서울청장이 국세청장직을 승계했다.
9월11일에는 9·11테러가 발생했다. 아침 8시 50분경 뉴욕의 World Trade Center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Pentagon western side가 테러로 폭발하는 대참사가 발생해 전 세계가 경악했다.
우리나라에선 9월 정기국회가 개회돼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국세청은 여러모로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수감했다.
2001년 10월 4일(목요일) 저녁 당시 오대식 총무과장이 나에게 1급 관리관으로 승진과 함께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내정됐음을 통보해줬다.
나는 먼저 출석하는 교회에 들러 무릎 꿇고 감사했다. 그런데 10월10일 인사위원회에서는 신문에 미리 인사 내정 기사가 보도됐는 이유로 나의 승진심사안을 보류하는 해프닝이 있었으나 일주일후 다시 심의에 부쳐져 무사히 통과되었다.
나는 2년4개월간의 세정개혁단장 겸 개인납세국장의 직무를 마무리하고 마음은 벌써 중부청이 자리하고 있는 수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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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는 세정가에 태풍이 몰아쳤다. 언론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연초부터 시작된 것이다. 특별세무조사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비롯 23개 언론사가 그 대상이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대대적인 언론사특별세무조사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따라서 그 해 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위원들은 적극적인 공세로 파행을 거듭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사진은 2001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손영래 국세청장(오른쪽)이 의원들 질의에 답하면서 곽진업 국세청 차장(왼쪽)과 최명해 국세청 기획관리관의 의견을 듣고 있는 모습.<세정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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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공직의 마침표- 중부지방국세청장 시절
직업공무원으로서의 최종 계급에 오르다
2001년10월25일 나는 1급 승진과 더불어 제2대 통합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을 받았다.
20대 말에 공직에 입문해 27년만에 직업공무원으로서는 마지막 단계인 1급 관리관으로 승진돼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았을 때 그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젊은 시절 공직에 삶의 가치를 두고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의 주인된 국민을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인생의 황금기인 30대, 40대, 50대를 다 바쳐 섬긴 그동안의 내 공직의 길을 생각할 때 실로 감회가 무량하고 마음은 감사로 채워졌다.
나는 임명장을 받은 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하고 있는 중부청에서 관내 세무서장들과 지방청 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경건한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각오로 업무를 개시하였다.
통합 중부청은 이전의 서울의 동부 일부와 강원도를 관할하던 중부청과 경기도․인천을 관할하던 경인청을 통합해 새 중부청으로 하면서 청장 직급을 1급으로 승격시켰다.
새 중부청의 관할구역은 강원도, 경기도, 인천시로서 서울을 제외하면 남한의 중부지방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지역에 이르렀다.
당시 국무총리 다음으로 중부지방국세청장의 관할구역이 넓다는 우스갯말도 있었다.
국장들에게 일상의 업무를 위임하다
나의 중부청장 부임 초기 당시 나와 함께 근무한 국장들은 세원관리국장 박길호, 조사1국장 오재구(후에 중부청장 역임), 조사2국장 홍현국(후에 대구청장 역임) 및 뒤이어 이재현(후에 교육원장 역임), 조사3국장 윤종훈(후에 서울청장 역임) 이었으며, 납세지원국장은 오대식(후에 서울청장 역임)이 맡다가 상당기간 빈 자리로 있었다.
나는 먼저 국장들에게 ‘앞으로 나는 직원 인사와 대외적인 업무를 위주로 직무를 수행하고자’고 하며 각국 소관 일상업무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 국장들은 여기서 나가면 지방청장이 되는 위치에 와 있으니 각자가 소관업무의 최종집행책임자라는 생각과 자세로 일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서울을 제외한 경인지역 수도권과 강원도 일원을 관할하는 세정의 책임자로서 폭넓은 대외활동과 창의적인 발상의 여유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고 무엇보다 세정 정화면에서 나의 결연하고 초연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나는 내부업무를 국장들에게 맡기고 곧 수원에 있는 도단위기관장, 인천시에 있는 유관기관장, 춘천에 있는 도단위 기관장과 지역 언론사를 방문해 신임 인사를 끝내고 관내 세무서를 초도순시하는 일정에 들어갔다.
<계속>-매주 月·木 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