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찾아 오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앞으로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말 그대로 ‘승부수’다.
곧 이어질 금호산업의 인수전에 앞서 던진 박 회장의 출사표가 승전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금호고속의 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파트너스(IBK펀드)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앞서 IBK펀드 측은 지난달 금호고속의 매각가를 4,000억원대 후반으로 정해 이를 금호그룹에 통보한 바 있다.
박 회장이 이 가격에 금호고속을 사겠다고 선언하면 거래가 마무리되는 구조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이날 인수 결정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최고경영진은 이날 늦게 청구권 행사 의향을 밝히기 직전까지 내부 회의를 거듭하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금호고속 인수전과 관련한 관전 포인트 크게 나눠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매입가와 관련해서는 IBK펀드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제시한 인수 가격을 깎을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IBK펀드는 "이 정도 가격은 돼야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회장 측은 "올해 개통하는 호남선 KTX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떨어져 현재 매입가는 과도하다"는 논리의 여론전을 펼치는 것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다.
만약 IBK펀드가 제시한 매각가격을 깎지 못 할 경우 두 번째 대안은 현재 오는 6월 9일 마감으로 예정된 매각대금 납부 기일을 뒤로 미루거나 나눠 내는 방안이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금호산업 인수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한 '발등의 불'이기 때문에 일단 금호산업부터 마무리 하고 이후 금호고속을 순차적으로 사오는 게 유리한 전략이다.
IBK펀드가 원하는 가격을 맞춰주되 시간을 버는 묘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벌 수만 있다면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약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의 손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의 보유 현금 2,000억원 가량을 금호고속 인수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군인공제회 등에서 자금 지원에 나서면 매입 자금을 댈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