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지출할 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가 무려 6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금충당 부채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재정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8일 기획재정부의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군인·공무원연금에 대한 연금충당부채는 596조3000억원으로 2012년(436조9000억원)보다 무려 36.5%(159조4000억원)나 늘어났다.
기재부는 "부채 산정에 사용되는 보수상승률, 물가상승률 등 주요 재무 변수들을 현실에 맞게 변경했기 때문에 연금충당부채가 이처럼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런 변수를 조정하지 않았다면 부채 증가 금액이 19조2000억원에 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금충당부채가 전체 중앙정부 부채(1117조3000억원)의 약 53%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가 재정 안정에 큰 위협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채가 늘어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면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을 노출하게 된다.
더욱이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것 만으로 150조원 이상 부채가 늘어난다는 것은 연금충당부채에 내제된 불확실성과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연금충당부채 전액이 국민 세금으로 부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는 산정 시점에서 미래의 발생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미래에 지출할 금액만을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전액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매년 수조원 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13년 공무원연금의 수입액은 7조5000억원, 지출액은 9조500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2조원을 넘었다.
군인연금 역시 지난해 수입 1조3000억원, 지출 2조6000억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는 국민 세금인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보전된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공적연금의 적자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 증가율은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8% 수준에 그쳤으나 올해부터는 16.3%로 늘어 2022년에는 적자 규모가 7조8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공무원 연금 적자 규모가 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군인연금도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0년에는 정부 재정에서 3조9000억원 이상의 보전해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 개혁방안을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건은 정부가 스스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메스를 댈 수 있느냐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당장의 현금 급여보다는 직장의 안정성과 연금 혜택인데 이것을 개혁한다고 하면 당연히 거세게 반발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조정하기 어렵다면 공무원 연금의 소득 상한액을 국민연금 수준(월 398만원)으로 줄여 정부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