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호화 병실생활을 해 공분을 일으켰던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부인 윤길자씨가 주택 매입자금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윤씨가 "남편에게 주택 매입자금을 빌렸을 뿐 증여받은 것이 아니다"며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1억5000만원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는 류 회장에게 받은 돈으로 A빌라를 매수한 뒤 기존에 살고 있던 B빌라를 임대해 주고 임대차 보증금을 다시 류 회장에게 돌려줬다"며 "이후 류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부인을 대신해 B빌라를 매각하고 대금을 직접 받아갔고, 이 돈이 윤씨를 위해 사용된 정황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윤씨는 A빌라를 매수하기 위해 류씨로부터 일시적으로 9억원을 빌렸다가 이후 B빌라의 매도대금 등으로 변제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류씨로부터 9억원을 입금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증액경정처분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윤씨는 2000년 6월 자신의 정기예금 계좌에 1억5000만원을 입금하고 같은해 12월에는 8억6000만원짜리 A빌라를 매입하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9억원을 입금받았다. 이후 기존에 살고 있던 B빌라를 임대해주고 받은 보증금 5억원 중 4억원을 류씨에게 돌려줬다.
이에 세무당국은 윤씨의 정기예금 1억5000만원과 빌라매입대금 8억6000만원 중 소득액 부분을 제외한 8억6000여만원이 증여된 것으로 보고 윤씨에게 증여세 2억5000여만원을 부과했다가 윤씨가 신청한 과세전적부심사에서 '류씨에게 반환한 4억원도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결정을 받고 증여세를 1억3800여만원으로 낮췄다.
이 같은 결정에도 불복한 윤씨는 다시 감사원에 심사 청구를 내 '증여가액을 재조사하라'는 결정을 받았지만 재조사를 실시한 세무당국은 류씨에게 반환한 자금을 제외한 5억원이 모두 증여된 것이라고 판단, 증여세를 1억5000여만원으로 증액결정했고, 이에 윤씨는 소를 제기했다.
한편 윤씨는 2002년 3월 당시 판사였던 사위 김모씨와 이종사촌 관계인 여대생 하모(당시 22)씨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해 자신의 조카와 김모(52)씨 등에게 하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4년 5월 형이 확정됐다.
이후 윤씨는 2007년부터 유방암 수술 등을 이유로 수십차례 형집행정지를 받아내 호화로운 병원생활을 하다가 언론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재수감됐다.
이와 관련해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위 진단서를 작성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와 이를 의뢰한 남편 류 회장은 각 징역 8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