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전체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가운데, 재계 '빅2'인 삼성과 SK그룹은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0대 그룹의 총 투자 규모에서 삼성·현대차·SK 등 '빅3'의 투자 비중이 54%에 달해 투자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30대 그룹 상장사 171개(금융사 제외)사의 유·무형자산 투자를 조사한 결과, 총 95조8000억원으로 전년 97조7000억원 대비 1.9% 줄었다고 밝혔다.
전체 투자액은 줄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7.7%)보다는 하락폭이 둔화돼 재계의 투자가 4분기에 집중됐음을 반증했다. 실제 3분기까지 분기당 평균 투자액은 약 20조원이었으나 4분기에는 24조원으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
30대 그룹 중 지난해 투자액이 늘어난 그룹은 12개였고 줄어든 곳은 동부, 두산 등 16개였다.
투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28조70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27조원보다 6% 늘어난 수준. 2위는 SK그룹으로 12조2700억원을 투자해 전년 11조원 보다 11.3%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삼성과 SK를 제외할 경우 투자액은 54조8300억원으로 전년 59조6000억원 대비 8%나 줄었다. 경기침체 속에서 지난해 삼성과 SK가 재계 투자를 주도한 셈이다.
투자가 소폭 감소한 현대차를 포함한 재계 '빅3'의 투자 비중도 50.7%에서 54.1%로 확대, 빅3와 나머지 하위 그룹 간 격차가 심화됐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액이 전년 대비 15% 감소한 19조원에 그쳤지만 4분기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해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경상연구개발비(14조8000억원)를 추가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연구개발(R&D) 비용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액은 지난해 목표치(49조원)를 무난히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투자액을 각각 1조2000억원, 5400억원 늘리며 투자를 이끌었다. 전년 대비 각각 71%와 15.2% 늘어난 수치다.
3위는 10조8500억원을 투자한 현대자동차그룹이 4, 5위는 LG그룹(9조4600억원)과 포스코(8조2500억원)가 차지했다.
하지만 3~5위 그룹은 투자액이 전년 대비 5~21% 가량 일제히 줄었다. 현대차가 5.3% 감소했고 LG와 포스코는 각각 20.6%와 21.4% 줄었다.
이어 KT(5조6900억원), 한진그룹(3조3800억원), 롯데그룹(2조8000억원), CJ그룹(2조7500억원), 신세계그룹(1조4500억원) 등이 톱 10에 올랐다.
11~20위는 현대중공업(1조3400억원)→금호아시아나(1조2500억원)→OCI(9000억원)→효성(8000억원)→한화(7700억원)→영풍(7500억원)→두산(7000억원)→현대백화점(6750억원)→GS(6740억원)→현대(5400억원) 등이다.
투자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19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41.2%), GS(32.7%), 현대(24.8%), KT(20.6%), SK(11.3%) 등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룹이 해체된 STX는 투자액이 90% 쪼그라들었고 이어 동부(-27.8%), 두산(-24%), 동국제강(-23.7%), 한화(-23.2%), 포스코(-21.4%), 대우조선해양(-21.2%), LG(-20.6%), 대림(-17.4%), LS(-16.2%)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투자액이 24조7000억원으로 역시 가장 많았고 포스코 7조4400억원, KT 5조5300억원, 현대자동차 4조1000억원, SK텔레콤 4조900억원, SK하이닉스 3조8500억원, LG화학 3조4800억원, SK이노베이션 2조9100억원, LG전자 2조6000억원, LG디스플레이 2조6000억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