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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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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의칙 적용해 매매대금 반환책임 제한할 수 없다"

'택지 분양권 매매계약' 해제에 따라 분양권을 판 사람에게 매매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발생함에도, 분양권을 산 사람이 채무불이행의 원인 일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을 적용해 매도인의 매매대금 반환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차모(51)씨가 "택지 분양권 매매대금 1억4500만원을 돌려달라"며 장모(64)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한 장씨의 원상회복의무의 내용은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장씨가 차씨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차씨에게도 매매계약 해제에 이르게 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장씨의 매매대금 반환책임을 제한한 원심 판결에는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법은 계약의 무효·취소 기타 효력불발생의 경우 그로 인한 계약관계의 원상회복에 대해 신의칙 또는 공평 원칙의 적용을 예정하고 있지 않는다"며 "계약 해제의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에 관한 원인의 일부를 제공했다는 등의 사유를 내세워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은 무엇보다도 실제의 사건 처리에 있어서 융통성을 불어넣는 중요한 법적 수단이기는 하다"면서도 "실정의 법제도는 오랜 세월의 정련된 사고와 구체적인 적용 및 이에 대한 반성을 거쳐 신중하게 마련된 것으로서, 내용이 막연한 신의칙 등 보다 더욱 현명하고 공평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차씨는 2004년 2월 장씨와 경기도 화성시의 한 단독주택용지의 분양권 매매계약을 맺고 장씨에게 1억4500만원을 지급했다.

매매계약에는 장씨가 차씨에게 분양권을 1억4500만원에 매도하되 차씨의 사정으로 분양권을 제3자에게 전매해도 장씨가 이를 인정하고 거래시점의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장씨가 2008년 1월 제3자에게 매매계약상 일체의 권리의무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내용의 권리의무승계계약서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제출하고 분양권의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를 마치자, 차씨는 "장씨가 계약에 따라 매매대금을 수령했음에도 제3자에게 이중으로 분양권을 팔아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 1억45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장씨는 매매계약 대금을 수령함과 동시에 차씨에게 자신의 인감증명서·주민등록등본·권리포기각서·권리양도증명서 등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 줬고, 차씨는 넘겨 받은 서류를 이용해 분양권의 수분양자 명의변경 절차를 이행할 수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됐음을 전제로 하는 차씨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장씨가 제3자 앞으로 수분양자 명의변경을 해준 것이 인정되며 이로 인해 매매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으므로 장씨에게 채무불이행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장씨가 차씨로부터 수령한 1억4500만원 이외에 다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을 고려해 장씨의 책임을 40%로 제한, 5800만원을 반환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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