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언론사들의 과도한 보도로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수천만원대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이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이 신문·방송·종편채널 각 1곳씩을 상대로 낸 3건의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모두 7800만원을 배상하고 관련기사 일부를 삭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사는 이 사건과 같은 잔혹한 범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범행 동기나 원인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등 공익적인 차원의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익적 차원의 보도라고 해도 피해자나 가족의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불필요한 과도한 침해는 허용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언론사들은 피해자의 집 위치를 파악할 수 있거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내부사진을 보도하고, 개인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일기장 등도 무단으로 보도했다"며 "특히 비밀영역에 해당하는 상처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해 피해자의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심지어 사건 경위와는 무관하게 피해자의 부모와 관련한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암시하는 보도를 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범죄의 원인 일부가 마치 피해자 측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며 "이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각 언론사별로 2300~3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고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4~6건의 기사를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고종석은 2012년 8월30일 오전 1시30분께 전남 나주시 자택에서 자고 있던 A(당시 6세)양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에 성충동 약물치료 5년과 전자발찌 부착 30년, 신상정보 공개 10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이른바 '조두순 사건'과 유사하게 매우 어린 아동이 성폭행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점 때문에 전 국민의 관심사였고, 이에 언론매체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2차 피해 문제가 제기돼 공론화되기도 했다. 이는 언론사들이 성범죄사건에 대한 보도준칙 등을 제정하게 된 단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