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당시 사측으로부터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5년 만에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7일 해직 노동자 노모씨 등 153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측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 회피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구조적이고 계속적인 위기 상황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원삭감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된 보고서에는 신차종의 미래현금흐름이 전부 누락되고 구 차종 판매량이 과소하게 계상돼 '2008년 유형자산손상차손이 부풀려 계산된 점을 지적했다.
또 "사측이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해고회피를 위해 일정한 노력을 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쌍용차가 정리해고 당시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노력을 할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자동차 판매 부진과 유동성 악화에 따른 자금난에 빠진 쌍용차는 2008년 12월 모든 공장에서 필수 근무자를 제외한 일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구조조정이 가시화됐다.
이듬해 2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두 달 뒤 총인원의 36%에 달하는 2646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는 등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사측은 직장폐쇄로 버텼다. 결국 1666명이 희망퇴직하고 나머지 980명은 정리해고 됐다.
노사는 극심한 대립을 벌이다 같은해 8월 노사합의를 통해 정리해고된 980명 중 459명은 무급휴직으로, 353명은 희망퇴직으로, 3명은 영업직 전환으로 처리하는 데 동의했다.
이를 전후로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 복직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심근경색 등의 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사측과 대립한 165명 중 153명은 2010년 "사측의 정리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소를 제기했다.
이를 심리한 1심은 "유동성 위기 등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한 것은 부당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편 판결을 마친 조 부장판사는 "재판은 승패를 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 사건으로) 우리 각자의 몫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절차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만 남아있는데 마지막 인내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