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18. (수)

경제/기업

[초점]'삼성家 상속소송'-삼성이 얻은 것과 잃은 것

'형제의 난'이라 불리며 2년여간 이어진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과 형 이맹희(83) 간 '상속분쟁'.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는 6일 이맹희씨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나눠달라며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맹희씨측의 청구는 단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그야말로 이 회장의 '완승'이다.

특히 삼성측은 이번 판결로 상속 정통성과 경영권을 정식으로 인정받아 관련 논란을 해소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이 회장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나 밝혀진 사실관계를 비춰볼 때 합당한 판결"이라며 "상속 정통성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속재산분할 협의가 계약이기 때문에 형식상 요건은 부족하지만 차명주식의 존재와 피고(이건희 회장)게 귀속한 사실을 다른 상속인들이 미필적으로 알고 있고 묵인했다고 인정을 했다"며 "다른 상속인들, 특히 원고의 묵인 인식이 명시적으로 판단이 나온 이상, 정통성은 (1심보다)더 인정을 받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건희 회장의 상속 정통성과 경영권이 인정되면서 우리가 뜻한 바가 다 받아들여졌다"며 "이맹희씨 측이 제안한 화해의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정당성이 재확인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의 '승리'.

하지만 2년여에 걸친 친형제간 다툼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소모적인 싸움'일 뿐이었다. 특히 삼성가의 형제의 난은 양측 모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친형제간 '폭로전'과 '거친 언사' 등은 국민의 '반재벌 정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맹희 측은 결심공판때 공개한 편지를 통해 "재현(CJ 회장)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행을 하고, CCTV로 감시하고, 제일제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장손의 할아버지 묘사도 방해하는 등 조카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며 "재현이는 감옥에 갈 처지에 있고, 저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당하는 와중에도 이 재판이 끝나면 내 가족은 또 어떻게 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주장해 삼성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이에 앞서 이씨는 또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며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 회장 역시 "(이맹희 씨는)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이러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날 쳐다보지도, 바로 내 얼굴을 못 보던 양반이고 지금도 아마 그럴거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편 이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은 선고 직후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이맹희씨가 83세로 고령인데다 현재 항암치료도 받고 있어 상속 소송을 대법원까지 이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송 비용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번 항소심에서 패소한 이맹희씨는 거액의 인지대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