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악재가 국내 조선 빅3에게는 단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신흥국 금융 불안 등에 따라 지난해 내내 국내 조선업체들을 짓눌러온 '원화 강세'가 완화되는 양상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주사들과 가격 협상면에서 다소 숨통이 틔일 것으로 보인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084.5)보다 0.7원 내린 1083.8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089.1원을 고점으로 찍고,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체들을 압박해온 것은 '엔저'보다는 '원고'.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시장은 중형 이상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일부 선종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원화 강세 상황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지난해 비어가는 도크(Dock)를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저가 수주' 택했던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업체들은 글로벌 금융 악재에 따른 여파가 마냥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며 "향후 가격 협상은 물론 기자재 구입 등 다양한 영업 활동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수주는 가격, 기술, 선주와의 관계 등 다양한 측면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지만 원고 완화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흥국 금융위기가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이번 상황이 영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의 '주요 고객'이 유럽 지역에 몰려 있는 대형 선주사들과 동남아 자원 부국, 그리고 해양플랜트를 꾸준히 발주하고 있는 다국적 석유 메이저 회사다보니 신흥국 상황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또 조선 업체들은 선주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넓어지면서 협상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 상황이라면 선주사와 수주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환차익만큼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추가로 생기는 셈"이라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라면 국내 조선 업체들의 협상력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미 수주한 물량은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환위험 노출금액의 70% 정도, 삼성중공업은 100%를 환헤지해 놓고 있다.
조선업계는 환율 문제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최근 선주사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친환경 선박,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적극적인 수주를 통해 전년 대비 실적 상승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서 해양개발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해양 플랜트 부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