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4·선더랜드)이 강호 첼시를 무너뜨렸다.
기성용은 18일 오전 4시45분(한국시간) 영국 선더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3~2014시즌 캐피털원컵 8강에서 연장 후반에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후반 18분에 크레이그 가드너를 대신해 교체로 들어온 기성용은 연장까지 포함해 약 60분을 소화했다. 적극적인 공격 참여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승부처인 연장에서 값진 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기성용이 골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골맛을 봤다. 올 시즌 선더랜드로 임대 이적한 이후에는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상대가 다름 아닌 첼시였다. 첼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위에 올라 있는 전통의 강호다. 반면에 선더랜드는 20개 구단 중 최하위다. 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2승3무11패.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성용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첼시를 한 방에 격침시키는 결정적인 골을 터뜨렸다.
자신을 주요 선수로 경계한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에게 골로 응답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기성용은 선더랜드의 공격조립(build-up)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라며 "기성용을 압박해서 그의 창의성을 뺏겠다. 잘 못 뛰도록 할 것이다"고 했다.
또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 치중하는 역할도 무난하게 소화해 향후 팀 내 입지를 단단하게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동료 리 캐더몰(25)과의 공존 가능성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기성용은 결승골 외에도 활발한 공격 참여로 첼시의 간담을 여러 차례 서늘하게 했다. 연장 후반 7분에 오른발 슛·10분에 헤딩슛으로 골문을 노렸다. 골키퍼 마크 슈워처(첼시)의 선방이 눈부신 수준이었다.
앞서 포옛 감독은 기성용의 원터치 패스·드리블·키핑 능력·양발 사용 등을 높게 평가하며 "기성용은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는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아 왔다.
선더랜드는 승리를 확정한 뒤에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기성용을 '매치 위너(match winner)' '키플레이어(kiplayer)'라고 소개했다. 'kiplayer'는 기성용의 성씨인 'Ki'와 '키플레이어(key player)'를 합친 단어다.
기성용은 스스로 '선더랜드의 키'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