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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추가경정예산의 정치경제학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2014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물건너가는 듯하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균형재정 달성의 의지를 강조해 왔다. 물론 정부가 지나치게 균형재정 목표에 집착해 위기 대응에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 이맘때부터 정부가 2013년 예산을 편성할 때 가정했던 것에 비해 올해 달성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이 2%p나 낮다는 점에서 세수결손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KDI가 밝힌 4월7일자 경제동향에 의하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등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수출도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전반적으로 그 정도는 매우 완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균형재정은 세출과 세입이 균형을 이루는 재정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발간한 ‘2012〜2016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통해 관리대상 수지를 2014년 1조원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물론 이 내용은 2011〜2015 국가재정 운용계획에서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하기로 한 목표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매년 연동해서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3〜2017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재정당국으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135조원 수준의 재원 마련과 재정건전성이라는 서로 상충될 수도 있는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5년간의 재정기조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러 면에서 2008년에 비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낫기 때문에 위기를 관리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견지하면서 야권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를 일축하고,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강조해 왔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위기에서 빨리 벗어났던 이유는 정부가 신속하고 화끈하게 재정을 풀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많은 나라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했지만 그 규모와 속도에서 적절한 거시경제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은 어떠할까. 추경에 대한 여야간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12조원에 경기 부양을 위한 5조〜7조원을 보태 총 17조〜19조원의 추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입장은 대규모 예산은 옳지 않고, 서민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돈만 추경을 통해 확보하면 된다며 추경방식 역시 국채 발행이 아닌 증세여야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 등 ‘부자 감세’ 철회와 대기업·고소득자 조세부담률 회복을 통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에서는 국채는 가급적 발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서민 생활을 지탱하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필요에 따라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거시예산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양당에서 주장하는 지출과 수입의 경정이 가져 올 거시경제적 효과를 잘 살펴봐야 한다. 현 시점이 경기부양을 위해 팽창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더 걷는 방법보다는 국채를 발행해 재정수지는 조금 나빠지더라도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로 하여금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기초해 예산 편성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가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회예산정책처도 만들고 그 곳에서 독립적으로 경제전망을 하고 거시경제를 예측하며 이를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새해 예산심의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상설화는 돼 있으되 특별위원회여서 겸임에 임기도 1년에 불과하고 위원 대부분이 해마다 교체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체제는 개선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야겠지만 경기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한해 세수결손이 12조원이나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회 예산심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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