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치고 부서져야
자신을 드러내는 것들이 있다
갈매기 앉았던 자리를 품은 채
햇살과 서로를 난반사하며
물비늘 위로 드러내는 포말
멀리서 보면 고요
가까이서 보면 격랑의 심장
구름의 그림자처럼 물에 떠서
파도 너머를 바라다 본다
낯선 물살들과 부딛힌다
간간이 마음을 드러내는 바위
어떤 절실함이
부끄러운 자신을 벗어버리게 했는가
비밀에 부쳐진 과거가 수면으로 떠오른다
증발하지 못한 허물이 바다로 흘러내려
물에 떠있는 낮달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잦아드는 말줄임표처럼
물거품이 되고 나서야 길러내는
바다의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