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여왕의 귀환'을 알린 김연아(23)가 개선했다.
김연아는 20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가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 기자회견'에서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기분좋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ISU 2013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획득, 쇼트프로그램(69.97점)과 합쳐 총점 218.31점을 얻어 우승을 차지했다.
2년 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많은 사람들의 김연아의 경기력 저하를 염려했지만 '여왕'은 달랐다. 노련함에 원숙미까지 더한 그는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세계를 열광시켰다.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여자 피겨계에는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지난 2011~2012시즌을 통째로 건너 뛴 탓에 세계랭킹 포인트가 없던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복귀전으로 나선 독일 NRW트로피 대회에서 우승해 250점을 얻었다.
NRW 트로피는 ISU 주관대회가 아닌 B급 대회여서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아사다 마오(23·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선 김연아는 단숨에 총점 1200점을 획득해 세계 9위로 뛰어올랐다.
김연아는 "오랜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여서 걱정이 많았다"며 "실전무대에서 실수가 나올까봐 불안했었는데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우승까지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뒤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김연아에게 2013년 대회는 마지막 세계선수권이었다.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다.
김연아는 "올림픽 출전 티켓도 걸려있고 복귀를 한 시즌에 바로 출전한 세계선수권이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다. 솔직히 나쁜 평은 받기 싫었다"며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이 나에게는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였는데 마무리를 기분좋게 하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 화려하게 복귀식을 치른 김연아는 2014소치올림픽 준비에 들어간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난 만큼 마음의 짐을 하나 던 것 같다. (마지막 목표인)소치동계올림픽 때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했던 것처럼 준비한 것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참가하겠다"며 "소치에서 기분 좋고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김연아와의 일문일답
- 귀국 소감은.
"오랜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을 해 걱정이 많았다. 오랜만에 큰 경기에 출전하는 만큼 실전에서 실수가 나올까봐 불안했다. 하지만 준비한 만큼 다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두 프로그램 모두 경기내용이 좋았다.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
- 우승 소감은.
"지난 시즌을 빼고 2007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 계속 출전해왔다. 이번이 나에게는 마지막 대회였는데 마무리를 좋게 하게 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복귀 후 다른 선수들보다 적은 3개의 대회밖에 치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분이 좋다. 기억에 남을 시즌이 될 것 같다."
- 3년 전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성취감과 공허함을 함께 느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밴쿠버올림픽 우승 때는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밴쿠버올림픽이 목표였고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금메달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허탈감이 컸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올림픽이 끝나면 그런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나도 그냥 그 중에 한 명이었을 뿐이다. 이번 대회는 복귀를 한 시즌의 첫 대회였기 때문에 그런 기분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는 좋은 결과에 대한 기쁜 마음이 더 컸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오늘 귀국을 했으니 휴식도 조금 갖고 컨디션 조절을 할 예정이다. 차분히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갈 것 같다."
- 다음 시즌에 대한 구상은 어느 정도 됐나.
"이번에 캐나다에서 안무가와 만나서 얘기를 많이 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특히 이제 곧 올림픽 시즌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 '레미제라블'이 너무 좋은 평을 받아서 그것을 잊게 할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더 신중하게 회의를 해야 한다."
-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함께 하는가.
"이번 시즌에 성공적으로 잘 해왔기 때문에 다음 시즌까지 현 코치진(신혜숙· 류종현)과 함께 할 것 같다. 훈련도 계속 한국에서 할 계획이다. 굳이 해외에 갈 필요도 없다. 지금 한국 선수들과 하는 훈련도 너무 좋다. 내 개인적인 생각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 해외로 갈 것 같지는 않다. 안무 작업으로는 잠시 해외를 다녀올 수는 있다."
- 지금과 같은 훌륭한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나.
"모든 훌륭한 선수들이 그렇듯 좋은 선수는 혼자만의 힘으로 탄생할 수 없다. 나도 가족의 도움이나 주변 코치들의 도움이 있었다. 나 한 명을 위해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후배들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지금의 훈련 환경도 나쁘지는 않지만 피겨 선수들이 많아진데 비해 경기장이 부족할 뿐더러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춰 경기장도 많이 짓고 해외훈련을 위한 지원도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선수들도 주변의 도움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더 큰 목표를 갖고 스스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 다음 시즌에는 얼마나 많은 대회에 출전하나.
"그랑프리 시리즈와 올림픽으로 다음 시즌을 마무리지을 것 같다."
-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이번에 세계선수권대회에 가서 보니 예전에 몰랐던 새로운 선수들이 많았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훌륭한 주니어 선수들이 나를 롤 모델로 생각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당장 소치올림픽을 노리기 보다는 시니어에서의 경험을 더 쌓길 바란다. 아마 평창올림픽 때 쯤이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이 돼 있을 것이다."
- 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이번 대회 전에는 올림픽보다는 세계선수권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올림픽 티켓이 달려있고 복귀를 한 시즌에 바로 세계선수권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었다. 나쁜 평은 받기 싫었고 잘하고 싶었다. 세계선수권대회만 끝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짐을 하나 던 것 같다. 올림픽은 밴쿠버 때도 그랬듯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 것처럼 준비한 것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무래도 다음 시즌이 선수생활의 마지막이기 때문에 매 대회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경기가 끝나고 점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른다. 매 대회마다 후회가 없도록 하겠다. 특히 소치올림픽에서는 기분좋게 그리고 행복하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