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부패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의 중간수준이던 것이 지난 2008년에는 180개 국가 중 40위를 기록하는 등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잠시 반부패 노력이 주춤하는 사이 작년말 우리의 부패 수준이 남미의 칠레나 동남아의 부탄보다 심각하다는 발표는 우리를 침울하게 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1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조사 결과 우리는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전체 178개국 가운데 4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칠레와 우루과이(공동 20위), 카타르(27위), 부탄(33위) 등의 국가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우리가 경쟁대상국이라고 하는 일본, 싱가포르 등은 이미 70점대와 80점대에 진입한지 오래다.
우리는 대선과정과 인수위 운영을 통해 복지공약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주목해 왔다. 박근혜 당선인은 새로운 세금 부담을 늘이기보다는 세출구조 조정과 지하경제의 양성화 등 세정 강화를 통해 늘어나는 지출을 충당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해 왔다.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바로 부패 저감과 맥을 같이 한다. 지하경제는 정의도 다양하고 어떠한 방법론으로, 그리고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매우 큰 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이 GDP의 8∼10%로 낮은 수준인데 반해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그리고 우리나라 등이 25∼28%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투명성지수, 지하경제의 규모 그리고 최근의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군과도 같은 맥락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경제는 좁게는 마약, 매춘, 도박, 사채 등 불법행위를 통해서 벌어들이는 돈을 뜻하지만, 넓게는 현금으로만 거래하고 소득은 신고하지 않는 세금 탈루, 조세 회피, 그리고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 거래까지 일컫는 말로 공개되지 않은 검은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지하경제는 탈세로 직결된다. 그 결과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될 수밖에 없다. 탈세는 국가 전체적으로 세수 감수는 물론이고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고 감시비용을 증가시키는 한편,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에게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며, 사회적 양극화와 각종 범죄를 부추기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지하경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31.1%를 차지하는 현 상황은 OECD국가의 평균 15.8%의 두 배에 달하며, 국세청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소득탈루율은 무려 40.9%에 달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구조적으로 각종 공제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현행 세제는 암묵적으로 자영자의 과표현실화가 근로자의 그것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지만 탈세를 고착시키는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근로자의 40%가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현실은 정상적인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영수증을 활용한 과표 현실화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를 위해서는 간이과세제도나 기장의무 면제와 같은 각종 특례제도를 과감하게 줄여나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각종 복지 공약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정부는 탈세와의 전면전을 벌일 전망이다. 국세청의 탈루 소득에 대한 집중적인 세무조사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고리대부업 등 지하경제 자금을 제도권으로 흡수시키는 한편 ,특히 가짜 휘발유 문제와 변호사 등 고소득자 탈루 방지 등을 주요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아울러 효과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국제 조세 분야에 대한 관리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점진적이지만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치밀한 계획과 모멘텀을 살려 힘을 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세청이 1966년 개청하고 정도세정을 내세우면서 한번 도약한 선례를 살려 다시 한번 투명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전력투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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