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지성(32·퀸스파크레인저스)이 76일 만에 선발 출전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주장 완장은 없었지만 빛났다.
박지성은 6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 64강전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홈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1-1 무승부에 기여했다.
박지성은 76일 만에 선발출전했다. 지난해 10월22일 에버튼과의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이후 처음이다.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2개월 넘게 재활에 전념해온 박지성은 지난 3일 첼시와의 리그 21라운드에서 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실전감각을 익혔고, 3일 뒤 열린 이날 경기에서 곧바로 선발 출격했다.
이날 박지성은 특유의 활동력과 폭 넓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자신의 몸상태가 완벽해졌음을 알렸다. 전반 27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한 뒤 왼발 발리슈팅을 시도하는 등 공격에도 적극 가담했다.
해리 레드냅 감독 지휘 아래 퀸즈파크레인저스는 2승을 올리며 강등권 탈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동안 레드냅 감독이 기존 선수들을 중용하고, 새롭게 팀에 합류한 고액 연봉자들의 기량을 질타해 박지성의 입지도 우려됐다.
그러나 레드냅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박지성을 곧바로 활용, 박지성이 자신의 계획 안에 있음을 증명했다. 자신이 감독 부임 당시 공약으로 내건 FA컵 우승을 위해 망설이지 않고 박지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76일 동안 그라운드에 제대로 나서지 못해 박지성의 실전 감각이 우려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박지성의 왼팔에 주장 완장이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장 완장은 수비수 클린트 힐(35)이 대신 찼다.
그 동안 박지성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카리스마 부족 등을 이유로 '캡틴'에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팀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때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공격포인트도 부족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 한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못 찼다고 '캡틴' 자리를 빼앗긴 것은 아니다. 레드냅 감독은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박지성에게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이날 박지성의 활약에 대해 평점 3.5점(5점 만점)을 부여하고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했다.
골닷컴은 "QPR의 캡틴 박지성이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며 부상에서 복귀했다. 부지런함과 집요함으로 파이팅 넘치는 활약을 보였다. 그라네로가 교체 아웃된 후에는 경기장을 더욱 폭넓게 움직이며 깊이 있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호평했다.
박지성 대신 주장 완장을 찬 클린트 힐에 대해선 "큰 목소리로 지시사항을 전하며 수비 조직력을 이끌었다"며 평점 3점을 매겼다.
한편 이날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17일 오전 5시 웨스트브롬위치 홈구장에서 재경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