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정부 예산안에서 복지분야(보건과 노동분야 포함)의 배분액은 2012년 대비 4.8% 증가에 그치고 있어 전체분야의 평균적인 증가율 5.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율 3%대를 감안하면 4.8%의 복지예산 증가율은 실제적으로 제자리에 머무는 수준이며, 정부가 예상하는 경제성장률 4%를 감안하면 GDP 대비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다.
12월의 대선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3인의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예산 지출을 동반하지 않고 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나 복지는 예산 지출을 필요로 한다. 대선 후보들이 복지 지출의 확대를 공약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제시하는 예산안으로 보면 우리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2013년도 SOC분야 예산배분 규모는 23.9조원으로 2012년 23.1조원 대비 0.8조원, 3.6% 증가한 규모이며 도로 및 철도분야의 비중이 커서 약 15.2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SOC분야의 투자는 너무 비대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건설산업에 대한 숨겨진 보조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SOC 투자를 수주하는 건설업체는 대체로 대기업이며 시공은 중소 하청업체에게 돌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예산의 큰 부분이 대기업에게 돌아간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2013년 R&D 분야 예산배분안은 16.9조로서 2012년 16조원 대비 0.9조원, 5.3% 증가한 규모이다. 2009년을 제외하면, R&D 분야는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총지출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부 R&D 예산은 GDP 대비로 주요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R&D에 대하여는 세입측면(세액공제 등)에서도 강력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의 조세지출예산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잠정수치로 2조3천억원 정도가 R&D분야 감면이며, 이는 총 직접세 감면의 10%의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정부의 R&D투자 중 산업목적 비중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R&D투자 중에서 주관기관이 기업체인 비중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신생산업분야에서는 기업체 중 대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기술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건설·교통분야의 정부 R&D투자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중소기업을 위한 R&D 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정치권에서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R&D 투자가 대기업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에 대한 자성에 기안하는 것이다.
복지예산을 세부적으로 보자면 예를 들어 2013년 예산으로 기초수급자 3만명이 추가됐다고 한다. 그러나 총 기초수급자 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2011년의 147만명 수준에서 2012년 140만명 정도로 줄었다가 2013년 예산에서 143만명으로 늘리는 것에 불과했다. 노인·장애자와 기타 최저소득계층에 대한 소득지원은 그 대상과 지원수준을 재정이 허락하는 한 꾸준하게 늘려가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보육, 생활체육 등 다양한 복지분야) 분야에서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차체가 고용하는 형식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꾸준하게 늘려가야 한다. 중소기업의 임금 부대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4대 보험 보험료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일자리 창출 예산은 10.8조원로 2012년의 9.9조원에서 0.9조원 증가한 10.8조원로 8.6%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구체적인 분야에서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전시성 사업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창출에 정부가 앞장서서 나서야 한다. 일자리는 어느 나라의 경우나 제일 중요한 문제로서 경제정책 전체로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정부가 직접 창출하는 일자리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좋은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이며 정규직을 의미한다. 정부출연 과학기술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비중이 52%라는 통계는 일자리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2013년 예산안에는 노인 일자리 제공을 2012년 22만개에서 20113년 23만개로 늘리기 위해 그 분야에 예산을 28% 늘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유망 중소기업 인턴자리 5만개, 글로벌․문화 일자리 2.4만개 등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가 주는 의미는 거의 없는 것이다. 실상을 보면 자기실현이나 만족도가 매우 낮은 일시적인 일자리일 뿐이다. 이러한 일자리로 노인들이나 젊은이들의 시간을 빼앗기보다는 그냥 소득지원을 하고 그 시간을 본인이 자율적으로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생활체육 활성화 예산은 생활야구장 신설 지원에 175억원이 할당됐다. 굳이 비교하자면 평창동계올림픽 예산으로 1천억원이 책정된 것과 큰 대비를 이룬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평창행사에 연계된 SOC에 2013년도에만 1조원 규모 예산이 투자된다는 것이다. 2012년에도 이미 5천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됐던 분야에.
국가의 전시성 체육행사나 엘리트체육을 위한 예산은 과감하게 생활체육을 위한 예산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복지 증가, 일자리 창출, 학교 폭력문제 해결 등 여러가지 문제에 긍정적인 기여가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우리 예산의 기본적인 구조가 불필요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예산(SOC, R&D, 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 등)을 줄여서 복지예산을 늘이는 방향으로 크게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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