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08. (일)

내국세

"납세의무자에게 알아서 법전 찾아보라…용인안돼"

대법원 판결…"가산세 종류·산출근거 기재하지 않은 납세고지서는 위법"

여러 종류의 가산세에 대해 산출근거나 종류별 구분없이 합계액만 기재한 납세고지서는 적법한 것일까 위법한 것일까?

 

정답은 '위법하다'이다.

 

대법원이 최근 판결한 한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소송은 과세관청의 자의적이고 두루뭉술한 납세고지서 기재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의 상대방인 납세의무자에게 알아서 법전을 찾아보라고 할 행정편의적인 발상은 용인돼서는 안된다"고 대법원은 강하게 지적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납세자에게 여러 종류의 가산세를 부과하게 됐는데, 가산세의 종류와 세액의 산출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고 가산세 합계액만 납세고지서에 기재한 경우 위법하냐 적법하냐 였다.

 

대법원은 "국세징수법은 국세를 징수할 때 납세자에게 국세의 과세연도, 세목, 세액, 산출근거, 납부기한, 납부장소를 명시한 고지서를 발부토록 하고 있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시행령에서는 과세표준과 세액을 통지하는 경우에는 납세고지서에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근거를 명시해 통지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납세고지와 관련한 이러한 규정들은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과세처분을 하도록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하고, 아울러 납세의무자에게 과세처분의 내용을 자세히 알려줘 불복여부 결정과 불복신청의 편의를 주려는데 근본취지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납세고지서에 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근거 등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하나의 납세고지서에 복수의 과세처분을 하는 경우, 과세처분별로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 기재함으로써 납세의무자가 각 과세처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산세는 본세보다 이같은 절차가 더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대법원은 강조했다.

 

"가산세는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없이 위반한 납세의무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이고, 본세의 세목별로 가산세의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부과기준과 산출근거도 제각각이어서 절차의 원칙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

 

대법원은 "납세고지서에 가산세의 산출근거 등이 기재돼 있지 않으면 납세의무자로서는 무슨 가산세가 어떤 근거로 부과됐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본세와 마찬가지 수준으로 형식과 내용을 갖춰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밝혀 고지해야 하고, 고지서를 받은 납세의무자가 따로 법률규정을 확인하거나 과세관청에 문의해 보지 않고도 무슨 가산세가 부과됐고 세액의 산출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여러 종류의 가산세를 함께 부과하는 경우에는 종류별로 세액과 산출근거 등을 구분 기재해 납세의무자가 납세고지서 만으로 처분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납세고지서 서식 개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가산세 종류와 세액 산출근거를 별도 기재하는 내용으로 납세고지서 서식을 변경하는 국세징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