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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1. (화)

기타

[稅政詩壇] -우담바라와 인연이야기-

김정호 (시인, 부산청)

오랜 가뭄 끝 우기(雨期)가 시작될 무렵 같은 교당의 채석(법명 대준), 정선(법명 재윤) 兄과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반송동 백운사라는 사찰을 찾았다. 가는 길은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어 관리가 소홀해서 그런지 양심을 놓아 버린 사람들이 버린 폐자원과 생활쓰레기 악취로 한여름의 청청(淸淸)한 풍경이 흩트려졌지만 비가 막 갠 뒤 산 중턱에 걸친 구름은 나그네들의 발목을 붙들고 좀체 놓으려 하지 않는다.

 

백운사라는 절에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우연한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기장에서 '황산요'를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황산 이수백 선생님이 수차례 가마에 한번 다녀가라는 연락을 받고도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문하지 못한 미안함을 털기 위해 지난주 수필가인 채석兄과 함께 가마를 방문했던 것이다. 이수백 도예가는 기장, 양산지역에서 지명도 높은 도예가의 한 사람으로 신정희, 김윤태, 서타원 선생과 함께 4대 도자기 명장 중의 한 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고인(故人)이 되었다며 쓸쓸해 하셨다.

 

십여년전 업무적인 관계로 도자기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사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다 사발 수집을 취미로 한 탓도 있지만 서로 예술인 간의 교감으로 여러차례 만나기도 하고 편지를 교환하였으나 술 한잔 하면서 도예와 문학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할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비로소 오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황산 이수백 선생님은 내 큰형 보다 더 연배이고, 나이 터울 또한 나와 십년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편지에 '정호兄'하고 부르는 분이다. 그동안 많이 궁금했고 이전까지 확실한 연배를 몰랐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막내동생 같은 나에게 왜 兄이라고 부르냐고 하니 황산 선생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나이를 물문하고 무조건 兄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다시 한번 경외심과 함께 내 자신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부끄러워진다.

 

아무튼 황산 선생님과 모처럼 술 한잔 하기 위해 '요'를 찾았는데 우리보다 먼저 스님 한분과 세분의 불자가 와 있었다. 불사(佛事)를 일으키는 문제로 모처에 작은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누가 이 곳을 소개시켜 주어 왔지만 도자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내가 나서 이런저런 말로 설명해 주었더니 금방 호감을 갖고 또 마음공부를 하는 사이라 그런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수행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우담바라 이야기가 나와 언젠가 한번 절을 방문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날인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담바라 꽃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담바라 꽃은 "인도 전설에서 여래(如來)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 피어난다는 꽃이다"하였고 3천년만에 한번씩 꽃을 피운다는 게 불가의 전래된 이야기이다. 그 전륜성왕은 부처처럼 32상(相)과 7보(寶)를 갖추고 있으며 무력에 의하지 않고 정의와 정법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적 제왕을 가리킨다.

 

또한 우리나라 비기(秘記)라고 할 수 있는 '격암유록'과 '정감록'에도 '진사년에 성인이 출연한다'라고 했다. '진사성인'의 '진'은 경진년 2000년을 말하고 '사'는 신사년 즉 2001년에 성인이 나온다는 설(說)이었으나 하지만 그 해에 정말 성인이 나타났는지 나타났다면 또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우담바라가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생길 징조라고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경기 광주군 소재 '우리절'에서 24송이, 충남 계룡산 '광수사', 경기도 의왕시 소재 '청계사', 서울 관악산 소재 '용주암'에서 14송이 등 그리고 우리가 찾고자 하는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소재 '백운사'에도 수십송이 등 여러 절에서 우담바라 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어떤 과학자나 혹자들은 우담바라는 '풀잠자리 알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국불교사전에도 '우람바라'를 정의하기를 '풀에 청령(잠자리)의 난자(알)가 붙은 것'이 우담바라라고 정의했으며, 동아한한대사전에도 '초부유(풀잠자리)의 알'이 우담바라라고 하여 우담바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믿는 사람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해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으로 진실의 꽃 아니면 허상의 꽃이든 절 구경 겸 주지스님에게 좋은 법문이나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백운사를 방문한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운봉산 자락에 위치한 백운사는 운봉산를 포함 인근 아홉개의 산 그리고 맞은편 장산의 기를 받아서인지 상스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절 입구에 보현보살 10가지 행원가와 우담바라 안내판이 있고 절 마당에는 석탑이 있다. 법당 안 유리각을 씌운 보살 손에 흰색의 꽃을 보았다. 뚜렷한 형상은 아니지만 금칠을 한 불상에 꽃이 피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참으로 신비스러운 현상이다.

 

우담바라를 보며 아담하고 소박하게 꾸민 대웅전을 구경하고 있으니 막 제를 올리고 나온 주지스님과 지난주 '황산도요'에서 만난 보살님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주지인 마나스님으로부터 법문과 환담을 나누는 중 마나스님은 무엇보다 불교 수행법 중 참선도 중요하지만 염불이 더 우선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주지스님과 두시간여의 환담을 끝낸 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절을 내려오면서 그것이 전설의 꽃인 우담바라이든 아니면 잠자리의 알이든 상관없이 마음속에 귀한 인연으로 남겨놓기로 하였다.

 

인간의 본래의 모습은 화신이다. 그것이 부처님의 화신이든 아니면 다른 성인(聖人)의 화신이든 다만 깨달을 수 있는 경지에 있다면 부처가 누구이고 또 성인(聖人) 이나 진인(眞人)은 또 누구인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하지만 인간은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산다. 물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고 보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부처이고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 또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마음공부를 하면서 진정으로 나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길이 곧 부처의 길이고 부처의 마음이지 않겠는가? 스스로 되뇌이며 왔던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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