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12년 세법개정안'이 나오자 세원투명성을 강화하고 과세기반을 확충한다는 명목하에 과세관청의 징세권은 대폭 강화한 반면 세무조사나 조세불복 등 납세자 권익과 관련한 제도개선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금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정안이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 지원, 재정건전성 제고, 조세제도 선진화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밝혔다.
특히 세법개정안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 확대, 탈세제보포상금 지급한도 확대, 고액체납자에 대한 재독촉·소멸시효 중단제도 도입, 차명계좌 증여세 부과제척기간 연장, 수출입 물품가격 허위신고 처벌 강화, 현금거래사실확인 신청기한 연장, 부당감면가산세 신설, 비거주자 증여세 과세범위 확대 등 과세당국의 징세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우선 역외탈세 방지책의 하나로 도입된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와 관련해 내년부터는 신고대상계좌를 '전 계좌'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까지는 은행계좌와 증권계좌에 한정해 신고토록 하고 있다.
또 탈세제보포상금 지급한도를 현행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고액체납자에 대한 재독촉·소멸시효 중단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국세 5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의 경우 소멸시효 완성 전에 독촉장을 재발급, 소멸시효가 중단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납부기한 후 10일 이내 이뤄지는 최초 독촉만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재독촉은 민법상 최고에 불과해 6개월 이내에 압류 등이 없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부정한 방법으로 감면이나 공제를 받은 경우 40%에 달하는 가산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개선해 증여재산의 범위에 경제적 이익'도 넣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간 주식 장외거래 내역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으며, 실명이 확인되지 않은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세율 인상 조치를 내놨다.
이처럼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징세를 확대하면서도 정작 세금을 내는 납세자 권익보호와 관련한 제도 개선에는 인색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납세자권익보호와 관련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신고횟수 축소, 세금계산서 관련 규제 완화 등 '납세편의 개선'과 관련한 내용이 일부 있을 뿐이었다.
학계, 한국세무사회 등 조세전문가단체 등에서는 금년 세제개편을 앞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납세자 권익보호제도의 개선을 촉구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경정청구기간 확대'다. 국세 부과제척기간은 최소 5년에서 최장 15년이고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는 5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반해 경정청구권의 행사기간은 3년이어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정청구 기한을 부과제척기간과 같이 5년으로 일치시켜야 한다고 건의해 왔다.
또한 경정청구를 받은 세무서장은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결과를 통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통지제도를 강제화해야 한다는 건의도 해왔다.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조사권 남용시 처벌 규정 신설, 조사기간 연장 제한 등이 개선사항으로 제기돼 왔다.
한편 지난해 세법개정안에는 관세조사권 남용금지 의무, 관세 조기경정 신청 제도 신설, 관세 후발적 경정청구 신설 등 관세 분야 납세자권익보호제도가 포함됐으며, 2010년에는 최초신고 및 수정신고에 대한 경정청구기간 3년 등의 내용이 포함됐었다.
2008년 세법개정안에는 수정신고 기간별 가산세 차등 감면,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대상 확대, 과세전적부심사 조기결정신청제도 법제화, 소액체납자에 대한 관허사업 제한 완화, 압류재산 공매제한사유 확대, 관세 환급청구권 소멸시효 연장 등이 담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