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신열로 가슴선 희미해지고
동백꽃 지기 시작하자
비구니가 되겠다고 속세 등진 후
삼십년만에 찾아온 그 여자
변해도 너무 변했다
기운 달 받치고 있는 듯 속눈썹
활처럼 부드러워진 턱선
유리알처럼 투명한 콧날
가슴에는 누군가
천도복숭아 두 개 옮겨다 놓았다
(현대 의학의 위대함이란)
산사(山寺) 생활 육개월만에
달빛 재워놓고 그 곳을 뛰쳐나와
세상 보기 부끄러워
면도날 끝으로 어둠 몰아내고
하루하루 꽃처럼 휘어져 살았다고
그러나 향기는 끝내 팔지 않았다고
이제 더 깊은 주름이 이마에 자리잡기 전
마지막으로 내 모습 찾아
덴 가슴 풀어 놓고
멀리 떠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