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한 경제라고 자부하던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31년에서 50년 사이에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OECD에 의해서 발표됐다. 이 수치는 OECD 34개국 중 33위에 해당하는 참담한 수치이다. 거대국가인 미국은 이 기간 중의 잠재성장률이 2.1%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늙고 무기력한 경제라고 생각하는 유로존도 우리보다 꽤 높은 1.4% 그리고 우리가 문제국가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그리스마저 우리를 앞선 1.1%의 전망치를 받았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보다 낮은 잠재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평가된 국가는 도시국가에 불과한 룩셈부르크뿐이다. 몇십년 뒤의 일이니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응하더라도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하면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 뒤의 일이지만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의 투영이 바로 수십년 뒤의 전망으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르는 노동과 자본투입의 한계가 잠재성장률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고도성장이 생산성의 향상보다는 투입의 증가를 통해서 주로 이뤄져 왔다는 분석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지적은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 노동의 공급이 극대화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은퇴 연령을 늦춰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의 노동 참여도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여건이나 제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자본의 충분한 공급을 위해서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세계화된 경제에서 경쟁력있는 외국 기업의 국내 유치를 통한 일자리 확대전략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문제의 핵심은 생산성에 있다. 생산성의 중요성을 좀더 실감나게 느끼기 위해서는 고령화의 의미를 좀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화는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 비중이 줄어들게 한다. 부양비율을 20∼64세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 수로 나눈 값으로 정의한다면 이 비율은 2008년 6.3명인데 2050년에는 1.5명으로 급락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은 노인 한명을 6.3명이 벌어서 부양하고 있지만 2050년이 되면 1.5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개략적으로 말해서 생산성이 2050년까지 지금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현재 생활수준의 유지도 이뤄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 발표된 OECD 자료에 의하면 2060년에는 부양비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상 유지만을 위해서 생산성이 6배 이상 상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럽국가의 대부분은 현재 우리보다 부양비율이 상당히 낮은 데도 불구하고 1인당 GDP는 우리보다 상당히 높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생산성의 차이이다. 21세기 중반에 가서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OECD국가들 중 최하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OECD 전망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우리가 선진국을 캐치업하겠다는 것은 허망한 꿈이 되고 말 수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달려온 우리들이 앞으로는 더 열심히 달려도 선진국들을 따라잡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산성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는 전자제품도 더 잘 만들고 자동차도 그들 못지 않게 잘 만드는데 왜 생산성이 낮다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대답이 난무한다면 그것이 바로 생산성이 낮은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이 문제는 진지하게 연구돼야 하고 신중하게 그러나 힘있게 밀고 나가서 극복해야 할 우리의 문제이다. 최근 한 연구원의 보고서에서 부패지수만 낮춰도 잠재성장률이 상당히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가 매달려 온 하드웨어의 기술 혁신에 이어서 보다 소프트한 분야에서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좋은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합리적인 제도, 무리하지 않지만 단호하게 시행되는 여러가지 법과 규정들, 거짓말과 속임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투명하고 엄정한 대응,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바로 세워주는 건강한 교육시스템의 확립 등 우리가 돌아봐야 할 곳들이 산적해 있다. 그리고 효율성 확보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이물질을 제거하고 윤활유를 쳐주는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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