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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2. (수)

[시론]-학생수 감소에 따른 초·중등 교육비 조정-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구 구조의 변화가 다방면에서 중요한 사회적 변화를 야기한다. 교육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며, 특히 교육재정과 관련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약 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30년 후에는 3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초·중등 교육비는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는 한 끊임없이 증가하며, 증가 속도가 국민 소득의 증가 속도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교육비 규모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그 지원금이 학생 수와는 관계없이 조세수입과 연동해 변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초·중등 교육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27%와 교육세 수입으로 그 규모가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조세수입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복지재원 확충 등을 위해 세제개혁을 하여 세부담을 더욱 증가시킬 경우에는 세수입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2012년에는 전년에 비해 학생수가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3.8% 줄어들었는데 교육비 예산은 8.6%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10%의 증가율을 보인 교부금 증가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초·증등 교육재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되겠지만 교육재정 전체나 국가재정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불편하다. 사회적으로 대학교육과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지원 확대 요구가 매우 강하다. 교육단계별로 학생 1인당 교육비의 1인당 GDP에 대한 비율을 비교해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20%로 21%인 OECD 회원국과 유사한 수준이며, 중·고등학교는 30%로 26%인 OECD 국가들 평균치보다 높다. 한편 유아교육과 대학교육은 각각 16%와 34%로 19%와 41%인 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낮다. 이는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함에 있어 초·중등교육보다는 유아교육과 대학교육을 더 우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투자를 확대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그럴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따른 비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유아교육이나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을 억제하고 다른 복지의 확충을 억제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생 1인당 교육비의 1인당 GDP에 대한 비율이 OECD 평균치와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 도달한 초·중등 교육에 대해 현 시점에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의 속도를 늦추고 학생수 감소와 소득수준의 변화 효과를 고려해 교육비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 조세수입이 증가하면 자동적으로 증가하도록 돼 있는 현행 교육비 결정방식을 학생 수 변화와 그에 따른 교육비 수요의 변화를 고려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가지 방법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1인당 GDP의 몇 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교육 및 재정정책 담당자와 관련 전문가, 학부모 대표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거기에 학생 수와 1인당 GDP 변화를 반영해 교육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교육비 규모의 증가율은 학생 1인당 교육비의 1인당 GDP에 대한 비율 증가율과 학생수 증가율, 1인당 GDP 증가율의 합계로 분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학생 1인당 교육비를 1인당 GDP의 몇 퍼센트로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면 거기에 학생 수 변화율과 1인당 GDP 증가율을 합해 교육비 총액의 증감율을 결정할 수 있다. 만약 학생 1인당 교육비의 1인당 GDP에 대한 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다면 1인당 GDP 증가율에서 학생 수 감소율을 차감한 비율만큼만 교육비를 조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여 절약한 재원은 유아교육·대학교육 등 좀더 긴요한 다른 부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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