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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납세자의 입장에서 본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의 개선방안

안창남 강남대 교수

 세무신고를 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한 점 중 하나가 거래 계약서와 자금거래에 대한 영수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계약서대로 세법상 비용이나 수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부당행위 계산 부인과 관련된 거래이다. 이 조항은 국세기본법 제14조 각 항에 논거의 터를 잡고 소득세법 제41조 등 개별세법의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4조의 이전가격 세제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특수관계자 사이에 거래가 있는 경우, 세법은 일단 이들 거래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특히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의 기준에 따라 재계산한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아마도 세법이 과세관청에게 그 힘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몇 안되는 규정이라고 본다. 물론 납세자는 곤혹스럽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조항이기도 하다. 과세관청은 공평과세를 그 규정의 존재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 규정이야말로 거래와 관련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조항이다. 따라서 이 규정은 남용돼서는 안되고, 그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그 규정 또한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특수관계자 범위 축소 필요성

 

 첫째,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는 모두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대상이 된다. 왜 그럴까? 세법은 특수관계자 사이에는 제3자 거래와 달리 조세회피를 위해 서로 '짜고'계약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특수관계자라고 해도 나름 아니겠는가.

 

 현행 세법은 특수관계자의 범위를 너무 넓게 규정하고 있다. 요즈음의 젊은이들 중 6촌과 살갑게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임원의 경우는 소속회사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임원의 친족과 해당회사까지 특수관계자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인적 관계는 과감하게 직계존비속으로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주식소유 관계는 50% 초과를 기준으로 하며 보조적으로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관계를 포함하면 될 것이다.

 

 시가산정방법의 선택권 부여

 

 둘째, 시가의 산정방법을 보다 넓게 규정하고 이들 중에서 납세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세법은 건전한 사회통념 및 상관행과 특수관계가 아닌 자와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는 가격(시가)을 기준으로 하여 부당행위 계산부인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가에 대해서는 특수관계자간의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있었던 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가액, 보충적 평가 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획일적이고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우선 '유사한 상황'의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일까? 세무공무원인가? 납세자인가? 두말할 것 없이 세무공무원이다. 판례 등을 분석해 보면 유사의 뜻을 두고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의 갈등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과감하게 납세자가 보는 유사의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전가격세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상가격산출방법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방법 중 납세자의 판단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적용해 시가를 산출하되 그 방법이 정당함을 입증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기본적으로 세법이 납세자를 믿어야 하지 않는가.

 

 대응조정의 강제 필요성

 

 셋째, 대응조정을 해야 한다. 현행 세법상 특수관계자로부터 저가로 자산을 매입한 경우, 매출한 자에 대해서는 저가매출분 상당액을 익금에 산입해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정작 거래상대방에 대해서는 비용을 추가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면 시가가 100만원인 재화를 특수관계자에게 70만원에 판매했다고 하여, 그 차액 30만원을 익금산입한다면, 당연히 재화의 구입자의 매입원가를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세무조정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저가로 구입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조정해 주지 않고 있다. 놀부와 같은 심보가 아닌가. 대응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을 통해서 세무상 추가적으로 비용을 인정해야만, 경제적인 이중과세가 방지되는 것이다. 세율 인하만이 기업의 세금 경쟁력을 높여 주는 것이 아니다.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계산구조의 개선이 세율 인하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선의의 납세자에 대한 배려

 

 선의의 납세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시가의 산정방법에 대해 과세관청은 A방법을 선호하고 납세자는 B방법을 원할 수가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이지 잘잘못의 차원은 아니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세법은 과세관청의 시가 선택방법을 항상 옳은 것으로 보고 이와 차이가 있는 경우 해당 금액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은 안했지만, 세법이 납세자는 모두 탈세자로 간주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납세자가 바로 주권자이다. 주권자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만든 세법이 그 주인은 무시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가 사전합의제도(Advance Pricing Agreement)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거래가 있기 전에 미리 과세관청과 납세자가 가격결정방법을 합의한다면 불필요한 조세마찰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따라서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의 시가산정방법이 달라서 과소신고가 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가산세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 이른바 무과실 무가산세 원칙(No Fault No Penalty)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 세법 구조적으로 보면 이전가격세제와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달리 규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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