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자가 개인은 물론, 사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는 측면에서 극히 조심하고 경계해서 (말과 글을)사용해야 한다.”
국세청이 지난 99년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를 창설한 이후 납세자 권리를 더욱 신장하기 위해 제도 도입 9년여만인 08년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를 도입·시행중이다.
전국 각 지방청 및 세무서관서별로 운영중인 동 위원회의 초창기 명칭은 ‘납세자보호위원회’였으나, 지난해 5월부터 지금의 명칭인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로 개명해 운영 중이다.
전근대적인 사고에선 납세자를 피동의 존재로 보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던 반면, 현대에 들어선 납세자가 과세관청으로부터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이라는 사고의 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국세청 한편에선 (명칭만을 살펴보면) 여전히 납세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세청이 지난 99년 창설해 13년째 운영중인 납세자보호담당관이 그것으로, 전향적인 사고를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전형적인 실태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의 명칭 변경은 국세청 사무처리규정을 변경하는 것으로 족하지만, 납세자보호담당관의 경우 국세기본법<시행령>과 정부직제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국세청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닌 부처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해명이나,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탓을 하자면, 국세청 보다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잘못이 더 크다.
앞서 말과 글의 중요성을 지적했던 납세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주권자가 오히려 보호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한 사실을 수년째 지적중이나 국회의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며, “주권자를 주권자로 보지 않고, 여전히 피동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정부관계자와 위정자들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납세자보호관의 명칭이 바뀐다 해도 납세자 호민관으로서 활약중인 지금의 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지난해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된 이후에도 위원회 업무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그럼에도 주권자인 납세자가 ‘보호’의 대상인지, ‘존중’의 대상인지를 법령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야말로 조세정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중차대한 일이다.
세금 한 푼 더 걷어 들이려 골몰하는 국가에선 별반 의미 없는 일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