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11 총선도 끝났고 5월말부터는 이번에 선출된 새로운 19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국회의원들은 민주주의 정치구조에서 게임의 규칙인 법을 정하고 나라살림의 규모와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 그리고 누가 얼마만큼 부담을 할 것인가 하는 배분을 결정하는 권한과 의무가 부여돼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국민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역할도 그 범위와 심도를 키워가고 있는 복지국가를 경영하는 2012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시장과 정부의 셈법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봤으면 한다.
시장에서는 자원의 배분이 경쟁을 기초로 이뤄진다. 수요와 공급의 압력이라는 기제를 통해 재화와 용역의 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요소와 산출물이 배분되며 이 과정에서 소위 파레토 효율이라는 균형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때의 한계는 참 많다. 완전경쟁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 그러니까 정보의 한계, 무수히 많은 수요자와 공급자 등등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보상을 전제로, 배분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이 등장하게 되고 형평성과 정의 그리고 사회적인 안전망의 구축이 대두된다.
하지만 정부도 시장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기는 난형난제 형국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격을 알기가 어렵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좋은 정부, 역량있는 정부, 일 잘하는 정부에 대해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업무평가 및 재정사업자율평가 등 다양한 정부의 성과평가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형식적인 운영이라는 비판을 자주 듣는다.
본질적으로 정부는 독점이기에 그렇다. 곧잘 이념에 휘둘려 극좌와 극우로 흐르기 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해 1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 새누리당의 공약을 살펴보자. 우선 가장 재정부담이 클 수 있는 공약들을 꼽는다면 단연 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양육수당과 보육비를 전계층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20대를 겨냥해 사병의 월급과 수당을 2배 인상하겠다는 것과 30∼40대를 겨냥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도시 진입 규제도 시장의 논리나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MB정부의 기조와는 사뭇 다른 시장의 셈법과는 거리가 있는 공약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아쉽게 제2당을 차지한 민주당의 공약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서민가계부채 부담 경감, 고유가 서민부담 경감, 가계통신비 획기적 경감, 쌀 목표가격 현실화 및 고정직불금 인상, 무상보육 및 국공립 유치원 40%까지 확대, 반값 등록금 실현, 공공 임대주택 확충, 기초노령연금 급여 2배 인상 및 대상자 80%로 확대를 내세웠다. 이러한 양대 정당의 복지일변도 공약에 대해 정부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야가 쏟아낸 복지 공약은 재정 형편으로 봐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시장과 정부는 균형을 맞춰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할 때 중심을 잡고 기준선(base line)을 분석하고 거기에 변화가 생길 경우 이를 모니터링하는 논의가 중요하다. 시장의 셈법도 불완전하고 정부의 정치 셈법 역시 불완전하기는 매일반이지만 그래도 파이는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활력을 살리고 재정건전성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선에서 복지 확충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욕심대로 이것도 저것도 모두 곳간을 열다 보면 어느새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말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분단국가로서 그리고 소규모 개방경제로서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시계(time horizon)를 보다 장기로 가져가면서 배분에 있어서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또 한번의 도약을 통해 성숙한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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