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현행 세법 체계는 신고납세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과세요건 사실의 실체적 내용을 가장 잘 아는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세액을 확정함으로써 정부의 세무행정력을 절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재정권 행사에 직접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민주적인 납세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납세방식은 높은 납세도의가 요구되고 그 의무 이행에 대한 적절한 담보장치가 돼 있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산세 제도는 성실한 납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나름의 제도적 명분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 관세평가협정 및 품목분류 협약 등 관세관련 법령이 복잡하고 납세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고의 및 과실과 상관없이 납세자와 과세관청간에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과소신고 및 누락에 대해 무지로 인해 시정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세관청과 납세자 모두 세법 해석에 있어 실무적 어려움이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면 자발적 납세협력도를 지향하면서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수정신고에 대한 경감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신고불성실가산세 10%에 기간이자 상당액(1일 13/100,000)을 납부불성실가산세로 징수하고 있고,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는 국세기본법에 의해 기본가산세 10%(일반과소신고의 경우)에 기간이자 상당액(1일 3/10,000)을 추가해 징수하고 있다.
즉, 현행 세법 및 관세법 체계 하에서는 자진수정신고를 하는 경우에 보정기간 6월을 제외하고는 가산세 경감 혜택이 없어 자진 수정신고에 대한 유인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과권의 제척기간 이내에 자진 수정신고하는 경우에는 기간에 관계없이 신고불성실 가산세에 대한 경감혜택을 확대해 자발적 납세협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간 경과에 따라 부과되는 이자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를 조정하는 것이다. 납부불성실가산세를 살펴보면 관세의 경우에는 연간 약 4.75%, 내국세의 경우에는 약 10.95%가 적용된다. 관세부과권의 제척기간을 감안하면 이자성격의 가산세만 총 75.5%에 이르게 된다. 한편 국세부과권이 10년인 일부 세목(상증세 등)은 본세를 상회하는 가산세가 부과돼 가산세 폭탄이 기다린다.
이러한 현상은 기간 경과 이자율이 높고, 가산세 적용의 상한선이 없기 때문이다. 본세를 수정신고할 의지가 있더라도 가산세의 폭탄 때문에 자진신고가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은행이자 상당액'이라는 본질을 안고 있는 지연이자 가산세의 수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아울러 고의적인 탈세가 아닌 한 지연이자 가산세의 상한선을 입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산세 면제사유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관세법 및 국세기본법 모두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 그 어디에도 판단규정이 없다. 이렇게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해석을 양 당사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다 보니 납세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함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고,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업무감사와 같은 부담 때문에 재량행사가 어렵다. 결국 납세자와 과세관청간에 사실관계와 해석에 대한 조세마찰이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시간의 경과로 인해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가산세를 모두 부담하고, 추후 재판에 의해 구제받는 실무 관행은 납세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예를 들어 품목분류상 과세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FTA협정 및 특혜협정에 따른 '원산지 증명'에 대한 오류로 당초의 관세가 추징되는 경우에 상기와 동일한 가산세가 부과되고 있다. 수입신고 당시에는 알기 어려운 특정품목에 대한 정보, 상대국가 기관의 C/O 발급오류, 상대수출자의 C/O 발급오류, 상대 수출자가 일정기간 이내에 소명해야 되는 원산지증명서 내용에 대한 입증서류 미비로 수입업체가 추징을 당하는 경우에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기가 쉽지 않다. 판례에 의해 이미 정당한 사유로 구제된 사례 또는 당초 납세자에게 그 의무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사유를 예시해 유형별 포괄주의 형태로 입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이다.
과세관청은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여러 가지 무기를 갖고 있다. 가산세 및 가산금의 추징, 조세(관세)포탈죄의 병과, 과태료 및 과징금의 부과, 각종특혜의 배제 등 여러 가지 제재 장치를 두고 있다. 반면에 납세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심판과 소송을 통한 구제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따라서 자칫 조세당국이 이러한 무기를 남용하면 과도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조세마찰로 인한 쟁송비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 최소한의 납세협력비용으로 자발적인 납세협력을 이끌어 내는 조세정책은 결과적으로 넓은 세원 확보와 과세양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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