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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10. (토)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필요성

안창남 강남대 교수

 1. 최근 어느 유명 정치인이 장롱 속에 7억원을 보관해 뒀다고 하고 횡령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어느 교장선생님의 집에서 17억원의 현금뭉치가 발견됐다고 한다. 서민들은 돈이 생기면 은행 빚 갚기 바쁜데 이들은 장롱 속에 숨긴다. 뭐가 부끄러워서일까.

 

 1970년 후반부터 강남을 휘젓고 다녔던 '복부인(福婦人)과 졸부(猝富)'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이젠 전공과목인 부동산 뿐만 아니라 세속의 권력까지도 잡았나 보다. 그러니 장롱 속에서도 그토록 많은 현금뭉치가 발견된 것 아닌가 싶다.

 

 2. 하기야 돈과 초연할 것 같은 종교조차도 소속 신도가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벌었을 경우 이를 "축복받았다"고 말한 경우가 많았으니 더이상 할 말을 잃는다. 그들이 비상식적으로 올려놓았던 부동산 값은, 이른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이라는 표어가 노정하듯이, 고스란히 후대의 짐으로 옮겨가고 있다.

 

 생각해 보라. 맞벌이 젊은 부부가 어떻게 강남의 10억원대 아파트에 살 수 있겠는가. 이들이 맞벌이를 해서 한 푼도 안 쓰고 20년 이상을 모아도 불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그나마 강남 수요를 뒷받침했던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은퇴로 인해 고가의 강남 아파트를 찾는 발걸음이 뜸한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3. 이들 복부인들과 졸부들이 1970년부터 이 땅에 구토(嘔吐)를 한 자국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30년 이상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뒤돌아 보면 197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세제는 부동산과의 전쟁이라고 불리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대부분 투기꾼의 승리였다. 과세당국이 고생을 했지만 뒷북치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그런데 게임이 갑자기 시들해져 버렸다.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너무 비싼 탓이다. 중과세를 하던 세금을 아무리 내려도 시장은 꿈적하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가 돼 버렸다.

 

 이를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차린 부동산 투기꾼들의 게걸스러운 탐욕은 진즉 부동산에서 동산으로 옮겨갔다. 주식과 펀드, 채권, 선물환 거래,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이 주된 대상이다. 그들의 칭호도 이제 '부동산 투기꾼'에서 그 이름도 고상한 '금융자산가'로 변신 중에 있다.

 

 4. 그러나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되는 곳'에 마음이 가겠다는 데에는 달리 탓할 것은 못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진부한 말이기는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또다른 속성이니, 이들이 얻은 금융자산소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아파트 10억원에 대해서는 취득세부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까지 다 세금이 부과되는데, 주식이나 채권 10억원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다는 것은 조세중립성에 위배된다.

 

 5. 당연한 얘기이지만 1%에 속한 사람이 모두 다 속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강남에 산다고 해서 다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이들 중에는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이 많다. 적어도 이들은 몇십억원씩이나 되는 돈을 장롱 속에 쌓아두지 않았고, 차명계좌도 없었고 그리고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하여 이들 '금융자산가'로 그럴싸하게 '신분 세탁'을 하고 있는 전직 부동산 투기꾼들의 동산(動産)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동산시장이 투기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공정사회를 한다면 더 주저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사실 금융기법의 발달로 부동산과 동산의 구별기준이 모호해졌다. 예를 들면 부동산 펀드 가입자는 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을 구입해서 갖고 있는 것이나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다.

 

 6. 감세론자들은 감세주장의 근거로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을 부르짖는다. 넓은 세원을 다른 곳에 가서 애써 찾을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바로 본인들의 장롱속에서부터 답을 찾으면 된다. 장롱속의 현금, 통장, 펀드, 채권, 주식을 보면 된다. 이러면 이들 반응은 십중팔구 주식시장 폭락 운운할 것이다. 그러나 과문인지는 몰라도 금융자산소득에 과세를 하고 있는 선진국의 유가증권시장이 세금 때문에 붕괴됐다는 소리는 들어보질 못했다.

 

 물론 그 과세대상 금액은 '그들 1%의 통념'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 6억원(1세대1주택은 9억원)이 되고 어느 분의 장롱속 돈이 7억원이 되는 점을 감안해 보면, 7억원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7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에 대해서 과세를 하고 그 돈으로 복지사회를 하자. 마침 보수를 자처하는 어느 정당도 이들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고 한다. 지켜볼 일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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