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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10. (토)

향피제- 명분보다 실효성 좇아야

 국세청이 연말 본청 과장급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복수직 서기관 약 20여명이 세무서장으로 직위 승진했다.

 

 이들 초임서장 가운데는 9급이라는 최말단 직급부터 시작해 길게는 30여년 이상 국세행정을 체험해 온 이들이 상당수로, '국세행정의 달인'이라는 별호가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

 

 달인 칭호를 들을 만큼 노련한 경험을 가진 복수직서기관들도 정기인사 때가 되면 긴장감을 호소하며, 특히 초임서장 발령이 유력한 이들의 경우 또다른 고민에 빠져든다.

 

 '지역토착세력의 범죄행위 발본색원'이라는 MB의 의지아래 시행되고 있는 향피제(鄕避制) 탓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세청 복수직서기관 대다수는 수도권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로, 2030년 국세경력 가운데 자신의 고향이나 연고지에서 근무한 경험은 거의 없다.

 

 경험을 빌미삼아, 혹은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친인척 또는 지인과의 부적절한 금전거래나 불공정 세정의 우려가 생각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 국세청 출신 OB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오히려 세금과 관련된 은밀한 제의가 오고 갈 가능성이 높은 곳은 자신이 터를 닦아 온 지역으로, 실제로도 각종 세금관련 사고가 빈발했던 사례를 집계하면 이해가 쉽다.

 

 한편으론, 공직자 임명시 고향이나 연고지를 피해 배치하는 등 부패의 원인을 멀리 하기 위해 도입된 향피제는 비단 MB 정부 뿐만 아니라, DJ정부시절에도 운용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시행 1년여만에 유야무야된 바 있으며, 폐지된 가장 큰 이유로는 실효성 측면에서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실정을 알리 없는 관리자가 1년 남짓 임기만 채우는데 골몰하는 등 보신(保身)행정으로 일관한데 따른 폐해가 향피제 도입 명분보다 오히려 더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원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국세청이 동분서주하는 지금, 생소한 근무지에서 일년의 시간 동안 세원발굴의 효율성을 기대만큼 올리기는 '세정의 달인'들도 결코 녹록치 않다.

 

 명분에 집착하면 할수록 실효성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으로, 정책부서가 아닌 현장행정기관인 국세청이 실효성을 좇아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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