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의무는 강화하고, (납세자)권리는 방기하는 것임을 절절이 알아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조세저항을 불러 올 수 있음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
과세관청의 잘못된 세금부과에 맞서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인 불복청구를 접수·심의해 온 조세심판원이 내년 9월 세종시로 이전하게 된다.
한해 약 5천여건의 심판청구건 가운데 80%가량을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납세자가 제기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민원부서가 민원이 없는 곳으로 이전하는 모양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납세자는 물론, 납세자를 대변하는 납세시민단체 및 조세학계·심판청구대리업계 등 모두가 나서 조세심판원의 청사 이전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의 청사이전을 독려해 온 국무총리실의 산하기관임과 동시에 납세자의 불편을 살펴야 할 조세심판원의 입지가 여간 불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납세자의견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해 화상회의로 대체하겠다는 보완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본원적인 해결책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이다.
이러한 참에, 정부가 내년 초 수도권 내에 세무서를 2곳 더 증설할 것으로 밝혀졌다.
늘어난 납세자 수를 반영해 납세서비스를 더욱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무서의 기본업무가 세금징수임을 감안하자면 결국 세수확보가 진실인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某 납세자시민단체 대표는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세무서 증설을 적극 고려하지만,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를 후퇴시키는 심판원 이전은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다”고 MB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에 나섰다.
세원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곧 공평과세이며 이는 면밀한 세원관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경험칙에 비춰 볼 때, 세무서 증설 자체가 부정적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세심판원 이전에 따라 납세자권리가 약화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먼 산 불 보듯 외면하는 정부라면 ‘의무만 강화하고 권리는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납세자는 그저 세금 징수 대상에 불과하다’는 전근대적인 정부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조세심판원 이전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