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협정 비준안이 통과됐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원료의 구매 입장에서 보면 관세 철폐 및 인하 폭만큼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는 곧 수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져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FT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산지 증명이 기본전제가 된다. 특히 한미FTA의 경우에는 기존 한-EU 원산지 증명방식과 상이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원산지 증명단계에서 사전검토 필요
한-아세안, 한-싱 FTA, 한-인도 CEPA에서는 기관발급 방식을 취하고 있다. 수출자가 제반 입증서류를 갖춰 발급 신청을 하면 세관이나 상공회의소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따라서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있어 기관의 사전검증을 거치는 셈이다. 한-EU FTA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인증 수출자 확인 절차를 경유하는 '자율증명방식'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즉, 수출 건당 일정금액(6천유로)을 초과해 수출하는 업체로서 원산지 관리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자율적으로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칠레와 한-EFTA FTA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모든 FTA협정이 관련 기관에서 확인해 증명하거나 인증수출자 절차를 통해 '원산지 자율증명' 적격 업체로 심사한 후에 원산지 증명절차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미 FTA의 원산지증명 방식은 자율증명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필터링 장치가 없어 원산지 증명에 따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 즉, 완전 자율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발급자의 책임 아래 이뤄진다. 세관, 상공회의소 등의 기관에서 HS코드, 제품에 대한 원산지 판단 및 검토 절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업체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능력에 대한 확인 절차도 없다. 따라서 한-미 FTA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기 전에 기업 자체적으로 원재료 및 완제품에 대한 HS-CODE, 원산지 결정기준 등 중요 사항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해외 수출자와도 충분한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 수입국 세관당국에서 관세 특혜를 받지만 원산지 증명서는 수출자가 발행한다. 수출자와의 충분한 정보 교환 및 협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해외 수출자가 잘못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는 경우에는 고스란히 수입업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미 받았던 특혜관세를 추징당할 뿐만 아니라 패널티를 부과당하게 된다. 수출입 물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형식, 원산지 결정기준, HS-CODE등 중요사항에 대하여는 서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원산지 증명절차, 서류 보관, 상대국 세관당국에 협조 및 상호책임에 대한 사항 등'은 수출입 계약서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 원산지 직접조사에 대비해야
한-미 FTA는 섬유분야를 제외하고는 직접검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관세청 공무원이 서면 또는 방문조사의 방법으로 기업에 직접 원산지 조사를 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수입자는 적극적으로 원산지 증명서를 요청할 것이다. FTA 전담자가 없는 중소기업은 수출 스케쥴 때문에 물품을 확보하는 데에 몰두하다 보면 자칫 증빙서류의 검토 없이 급하게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원산지 검증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원산지 검증 해외사례(관세청 자료, 2007년)에 따르면 '미국 관세청의 섬유제품 검증팀은 15개국 671개 생산시설을 방문했다'고 설명하고 '매년 현장검증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특히 섬유분야의 yarn forward처럼 특정공정을 수행해야만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는 품목 또는 원산지가 인정되지 않는 단순공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대국의 생산기반에 대한 직접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미국 관세청의 검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다른 협정처럼 자사의 제품에 대한 원산지의 확인 및 검증에 필요한 증빙서류, 증명서를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즉, 원산지 조사 및 검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본 근거 정보가 되는 DATA의 정확한 취합, 협정에 근거한 판정 논리의 정확성, 관련 증빙 및 증명서의 기록 및 유지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내국세 및 관세부과는 형식보다는 실질이 중요하지만 FTA는 실질만큼이나 형식이 매우 중요하다. FTA는 원산지 증명서 형식, 기간, 서명권자, 발행자등 형식적인 절차가 잘못돼 '관세 추징 및 각종 패널티'를 부과당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완전한 자율증명방식'에서는 원산지 증명에 대한 증빙과 사전검토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해서는 아니된다. 기업의 FTA원산지 업무 담당자는 최소한 자사 제품에 소요된 원료의 구매원장, HS-CODE, 물품의 생산프로세스, 원산지별 BOM, 완제품의 HS-CODE 및 원산지 결정기준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업무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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